홍준표 경남지사가 29일 자신을 포함해 8명 여권 실세의 금품수수 내역을 적은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에 대해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쓴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 심문권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증거로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이날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여론 재판과 사법 절차는 다르다. 사법 절차는 증거 재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해당 메모에는 ‘홍준표 1억’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 출신인 홍 지사는 “통상 임종 때 진술은 무조건 증거 능력으로 인정하지만 망자 증언의 진실성은 수사 절차에서 반대 심문권을 행사해 따져야 하는데, (이번에는)따질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메모는 처음에 진실이 아니겠느냐 그런 생각을 했는데 언론 인터뷰 내용을 보고 앙심이라고 판단했다”면서“최근 일부 언론의 진경스님 인터뷰나 18년 금고지기를 했던 사람 인터뷰 보도를 보면 메모 진실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메모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았지만, 법조계는 현재 법률로 볼 때 고인이 직접 쓴 자필이라는 점이 인정되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메모는 감식결과 그의 자필로 확인된 바 있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메모지의 증거채택은 가능하며, 이후 그 증거의 신빙성을 따져야 한다”며 “신빙성은 메모 내용을 뒷받침하는 금품 전달자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해, 메모지의 증거능력에 대해 홍 지사와 다르게 해석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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