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의회 도심 허파에 호텔 신축 길 터주기
검ㆍ경의 줄소환 조사로 시민눈총이 곱지 않은 충남 천안시의회가 이번에는 도심의 허파역할을 하는 자연경관지구에 호텔을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해 비난을 사고 있다.
29일 천안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최근 자연경관지구에 예식장, 회의실, 관광호텔 등의 신축이 가능한 ‘천안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천안지역의 자연경관지구는 도시를 둘러싼 태조산, 흑성산, 매봉산, 광덕산을 비롯해 쌍용동 봉서산 일대 1,980㏊에 지정돼 엄격한 건축 규제를 하고 있다.
시의회는 입법예고에서 “자연경관지구의 건축 제한을 완화하고 건축 규모를 확대해 활발한 투자유치를 유도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조례안은 자연경관지구 안에서 금지하는 예식장과 회의장뿐만 아니라 관광호텔이나 콘도미니엄도 지을 수 있다. 건축물 규모도 현재 1,500㎡에서 3,000㎡로 확대했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자연경관훼손과 시민 쉼터가 사라질 전망이다.
특히 천안도심 한 복판의 봉서산은 한 기업이 수년 전부터 호텔 건립을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조례안 입법예고를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이 업체는 호텔건립을 추진하다 행정적 제한에 걸리자 직원용 기숙사로 허가를 받았다.
당시 인ㆍ허가 담당 일선 공무원들도 부정적 의견을 냈으나 결국 허가가 나면서 천안시청에서는 결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말이 돌았다.
이 업체는 2013년 7월 대지면적 1만1,935㎡에 지하 2층, 지상 5층, 6개동, 282실 규모의 기숙사 신축허가를 받은 뒤 2년간 착공을 연기했다.
이후 공사착공연기 만료시한을 두 달 앞두고 일부 시의원이 앞장서 이곳에 호텔을 건립할 수 있는 조례개정을 추진했다.
시의회는 관련 조례를 5월 중순 열리는 임시회에 조례를 상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 시의원은 “과거에도 한 건설업체가 자연경관지구에 대한 건축 제한 완화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며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시민의 휴식공간을 빼앗는 일에 시의회가 앞장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규제완화는 합리적이지 못하고 비효율성을 풀어 주는 것이지 특정 기업이나 집단이 특혜를 보면 안된다”며 “조례개정에 배경(특혜)이 있다면 다수의 의원들은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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