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전범 기시 前 총리 언급 등
日언론, 자세한 사례 들며 분석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 환대에 나선 건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지침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28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미국방문 일정 내내 예상외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 배경엔 자위대의 미군 지원 범위를 전세계적으로 확대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이 새롭게 합의된 점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방위비 부담을 동맹국과 분담하려는 미국 측의 요구를 일본이 충실히 수행한 데 따른 보상이란 뜻이다.
대표적 환대 사례로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배려해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를 언급한 장면을 꼽을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아베 총리를 영접하며 “1960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조부 기시 총리를 여기 백악관에서 맞이했다”며 “오늘 우리는 함께 동맹관계를 펼쳐 나갈 아베 총리를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기시 전 총리가 2차대전 A급 전범(戰犯) 용의자였음을 감안하면, 적대국이었던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언론은 또 당초 공개된 일정에는 없었던 27일에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함께 링컨기념관을 방문한 것을 부각시켰다. 링컨 대통령은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지도자다. 또 28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후 오바마가 아베를 차까지 배웅한 화기애애한 분위기, 정상회담 직전 언론 앞에서 일본어로 ‘가라데’ ‘가라오케’ ‘망가(만화)’ ‘에모지(이모티콘)’ 등 미국에서 인기 있는 일본 문화를 열거한 사실 등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그 동안 개인적인 스킨십을 쌓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런 환대는 이례적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평가다.
일본 언론은 최근 연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가장 친밀했던 미일 정상 커플이었다며 성공사례로 소개해왔다. 이 때문인지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어로 “서로를 위해(오타가이노 타메니)”라고 말한 것도 NHK 등에서 반복 방영됐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총리의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는 ‘과거는 극복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라며 아베 총리의 아킬레스건인 역사인식 문제까지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환대에 대해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아베 총리가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며 아시아의 질서유지에 노력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아베 총리는 안보에서 중국의 해양진출에 대항하는 미일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했고, 경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미국과 함께 주도해왔다”면서 “이런 정책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정책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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