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루쉰공원서 공동 기념식… 매헌기념관 리모델링 후 재개관
“우리 청년시대에는 부모 사랑보다 형제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 더 한층 강의(剛毅)한 사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다.”
29일 윤봉길 의사 의거 83주년 기념식이 열린 중국 상하이시 홍커우구 루쉰공원 안 매헌기념관 광장 앞뜰. 윤 의사가 조국 독립을 위해 중국으로 혈혈단신 망명한 뒤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가 헌시로 낭독되자 200여 참석자 표정이 숙연해졌다. 루쉰 공원은 윤 의사가 1932년 일왕 생일과 전쟁 승리를 축하하던 일본군 장성들에게 수통형 폭탄을 던진 곳이다.
매년 의거일(29일)에 맞춰 거행되는 기념식이지만 올해는 매헌기념관이 6개월 간 보수작업을 거쳐 새롭게 문을 열어 의미가 새로웠다. 광복 70주년, 승전 70주년을 맞은 한중 정부가 항일 투쟁 연대 의미를 되새기려고 처음 정부 차원의 공동기념식을 연 것도 기념할 일이다.
1994년 중국 정부가 20평 남짓의 부지를 내주면서 설립된 매헌기념관은 그간 전시물이 낡고, 자료가 턱 없이 부족해 윤 의사의 숭고한 독립 정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가보훈처는 홍커우구와 협력해 1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념관 개보수 작업을 진행했다. 공원 입구부터 ‘윤봉길 기념관’이란 한국어 안내판을 내걸고, 윤 의사의 업적과 일대기를 다룬 영상물과 옥외전시물을 새로 제작했다. 중국 정부 역시 기념관 주변 땅을 2,500평으로 늘리고 이 과정에서 공원 일부를 폐쇄하는 등 지원했다.
양국은 상하이 임시정부 건물 리모델링도 5월부터 추진해 중국 전승절(9월 3일)에 맞춰 재개관할 계획이다. 기념식에 처음으로 참석한 윤 의사의 친손녀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은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는 단순히 일본으로부터 독립뿐 아니라, 비도덕적인 제국주의에 항거했다는 점에서 전세계 평화연대운동의 출발로 삼을 계기”라고 말했다.
상하이=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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