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회 아픔에 침묵하고 지도력 보여 주지 못해 신뢰 상실
중생구제ㆍ불교적 가치관 실천 강조"
“지금 우리 종교계에는 권위는 없고 권위주의만 남은 것이 현실입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29일 서울 송파구 불광사에서 열린 조계종의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4차 대중공사’에서 “누구도 혼란한 시기에 큰 어른의 한 말씀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불교의 권위 및 신뢰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조 교수는 ‘종단불신,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에서 “지금처럼 각종 사회문제가 심각해 종교가 절실한 시기에 인구의 반이 종교를 불신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여기에 가장 책임을 느껴야 할 종교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불교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교계인물로 선방수행자(51.6%)를, 가장 불신하는 교계인물로 도시대형사찰 주지(41.7%)를 꼽은 것을 두고 “스님들은 산에 그냥 계시라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 등 존경 받은 인물들에 대한 신뢰가 종단에 대한 신뢰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며 “새로운 문명을 끌어가는 사회적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신뢰 상실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이익 집단이 각자의 이익을 다투고 타협하는 세속사회에서 이 다툼을 뛰어넘어 나아갈 길을 보여줘야 할 종교가 권위를 상실했다”라며 “우리 사회에는 이제 기업만 권위가 있다고 할 지경이 돼 버렸다”고 씁쓸해했다.
또 세월호 사건 이후 이준석 선장,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등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된 상황에서 “특정 인물을 악마화하고 모든 죄를 몰아붙여 비난하는 사회적인 혼란에 대해 종교계가 침묵하고 사회의 혼란과 아픔을 돌보지 못했다”며 “저 사람의 잘못이 나의 잘못과 분리돼있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야 말로 불교가 전해야 할 가르침이 아니었냐”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신뢰 회복의 방법으로 ‘가치관의 실천’과 ‘중생구제’를 강조했다. 그는 “종교가 사회에 개입하는 것이 늘 바람직하지만은 않지만 불교적 가치관을 이 사회에 긍정적으로 실현하는 문제를 적극 고민해야 한다”며 “하화중생(下化衆生ㆍ아래로 중생을 구한다)이 없는 상구보리(上求菩提ㆍ위로 깨달음을 구한다)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중공사 의제기획팀장인 가섭 스님은 “여러 종교 중에서 국민의 신뢰도가 가장 크게 떨어진 것은 불교”라며 “자기 종교에 대한 신뢰 역시 불교인이 가장 낮았다”말했다. 또 종단 불신의 원인으로 ▦출가자들의 경제적 불평등 심화 ▦건강한 공동체가 쇠퇴하고 문중ㆍ돈ㆍ권력이 종단을 좌우한다는 인식 ▦불공정한 종단 내 징계 풍토 ▦쇄신안 미이행 ▦건강한 대안 집단의 부재를 꼽았다.
대중공사는 전통 불교식 토론회로 올해 행사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 한국 불교 쇄신방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최근 조계종이 예결산 규모 연 30억이상 사찰의 씀씀이를 공개하기로 한 것도 지난달 사찰재정 투명화를 주제로 열린 대중공사에서 쏟아진 스님과 재가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날 토론에는 스님 62명, 재가자 51명 등 총 113명이 참석했다. 이번 조계종 대중공사는 11월까지 매월 말 이어진다. 조계종은 대중공사에서 나온 의견들을 각종 위원회 등에서 검토해 관련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