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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도 들이닥쳐 창고의 술 싹쓸이… 가게 앞 현금인출기도 다 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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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도 들이닥쳐 창고의 술 싹쓸이… 가게 앞 현금인출기도 다 털어가"

입력
2015.04.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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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외곽 웨스트노스 애비뉴, 한인 주류상점 밀집지역 가 보니

28일 오전 11시,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 북서쪽 외곽의 웨스트노스 애비뉴. 흑인 거주지이자 한인이 운영하는 주류(酒類) 상점이 밀집해 평소 북적이던 거리가 폭격이라도 맞은 듯 지저분한 가운데 고요하다. 일부 건물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전날 밤 들이닥친 폭도들의 약탈 흔적이 곳곳에 역력했다.

노스풀턴 애비뉴와 웨스트노스 애비뉴가 교차하는 목 좋은곳에 자리한 ‘옥스퍼드 테번’도 전날 밤의 폭동을 피하지 못했다. 업주 강성구(49)씨는 엉망이 된 가게 내부를 가리키며 “갑자기 폭도들이 쳐들어와 보관 중인 주류를 싹쓸이한 건 물론이고 가게 외곽의 현금지급기(ATM)까지 털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보상 보험에 가입하기는 했으나, 얼마나 보상을 받을지 알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씨는 “이웃 주민들이 오늘 아침부터 찾아와 가게 청소를 도와주고 있다”며 “피해는 봤으나, 다치지 않았고 이웃에게 신용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주변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던 이웃 주민 맷 존슨(24)은 “이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여자 친구와 함께 봉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28일 오전 볼티모어시 주민들이 전날 폭도들의 약탈로 피해를 입은 ‘옥스퍼드 테번’을 청소하고 있다.
28일 오전 볼티모어시 주민들이 전날 폭도들의 약탈로 피해를 입은 ‘옥스퍼드 테번’을 청소하고 있다.

다수의 한인 업소가 강씨 가게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 폭도들의 방화로 일부는 가게 내부가 타버리고, 시위대의 폭행으로 한인 업주 2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전날 밤 피해를 면한 조창현씨는 “앞으로 일주일이 고비일 것으로 보여 하루하루가 불안하다”며 “어제 일을 겪은 후 더 이상 가게에 있을 수 없어 오늘은 일찌감치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밝혔다.

볼티모어 한인주류협회와 주미 대사관에 따르면 먼다민몰 일대에서 27일 밤 내내 이어진 폭동으로 최소 22개 한인 업소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송기봉 주류협회장은 “이날 오전 중 급하게 조사한 결과, 한인 주류업소 가운데 일단 22곳에서 피해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뷰티샵이나 세탁소 등은 조사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전체 한인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상점의 특성상 값비싼 주류 재고를 쌓아두고 있었던 만큼, 피해를 본 업소 숫자에 비해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됐다. 송 회장은 “업소마다 다르지만, 매매가격이 대형 상점은 100만달러(약 10억원)를 넘으며 중소 상점도 30만~40만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가게마다 5만~15만달러 가량의 재고로 쌓아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여개 상점에 대한 약탈만으로도 300만달러 내외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송 회장은 “재고 피해 이외에도 부서지고 불에 탄 가게를 복구하는 데에 만만치 않은 부담이 발생한다”며 “최근 경기악화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점이 늘어난 걸 감안하면, 일부 업소는 재기가 불투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스 애비뉴 일대에서는 28일 밤에도 폭력사태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10시부터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졌으나, 폭력 시위대는 해산을 거부하고 새벽까지 경찰과 맞섰다. 볼티모어 경찰은 통금이 시작되자마자, 해산을 거부한 시위대를 향해 연막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며 진압에 나섰다. 이에 맞서 시위대는 곳곳에 불을 질렀다. 시위대가 지른 불과 경찰의 연막탄이 뒤섞이면서 미 동부의 아름다운 도시로 소문났던 볼티모어 시내 곳곳이 29일 아침까지 매캐한 연기로 뒤덮였다.

볼티모어=박기찬 워싱턴한국일보 볼티모어 지국장 ktbalto8196@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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