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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관계의 ‘시간’

입력
2015.04.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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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올해가 남북관계 복원의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벌써 4개월이 지났으니 남은 몇 개월이 관계 개선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1년은 길지 않다. 통상 실시하는 한미합동군사연습기간에는 다시 긴장국면으로 진입하고, 선거가 있는 기간에는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과감한 관계 개선을 추진하지 못한다.

한미합동군사연습과 재보궐선거가 끝나는 지금부터 8ㆍ15 광복절까지가 남북관계를 풀 결정적 시기다. 8월 말에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예정돼 있어 그 전에 남북관계를 풀지 못하면, 올해도 그저 광복 70주년을 ‘자축하는 해’로 끝나고 말 것이다. 매년 반복하는 일이지만 4월과 8월에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있고,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남북관계도 가다 서다를 반복해왔다. 그러다가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로켓발사, 대남도발 등의 변수가 생기면 그나마 진전됐던 남북관계마저 다시 후퇴하기 일쑤다.

남북관계 진전이 어려운 근원은 불신에 있다. 원죄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신뢰를 쌓으려면 정책의 일관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북한은 5년마다 바뀌는 남측 정부를 길들이기 하거나 기싸움 한다며 임기 초반 한두 해를 흘려 보낸다. 집권 3년차 무렵 남북관계를 재설정하고 일을 하려고 하면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이 벌어지고, 선거 때가 되면 ‘친북좌파’ 시비가 되살아난다. ‘햇볕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에서 확인한 것처럼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념 갈등은 지역 갈등과 결합돼 정치적으로 이용된다. ‘친북좌파정권의 잃어버린 10년’이란 정치구호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분단 70년을 맞는 올해, 정치권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그 동안 뭘 했느냐는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 ‘모든 잘못은 북한에 있다’고 하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그 많은 통일 방안과 담론에도 불구하고 왜 남북관계는 제자리걸음을 하는지에 대한 정치권의 자성이 필요하다. 정치권을 문제 삼는 것은 우리는 여야 간 정권교체가 이뤄져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등 다양한 행위 주체들이 남북관계 개선의 일원으로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의 국가권력이 과도한 힘을 가지고 대북관계의 모든 부문을 장악하고 통제하고 있다. 과거 냉전시대라면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을 우려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체제 역량이 우월해서 ‘역통일전선전술’이 가능한 시기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국가-사회관계에서는 국가권력의 영향력이 많이 약화됐다. 시민사회의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커졌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국가권력은 오히려 강화됐다. ‘5·24조치’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수많은 남북경협사업자가 도산하고,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교류협력사업도 거의 차단됐다. 큰 통로는 막더라도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통로들은 열어 놓아야 한다. 지자체들이 해왔던 대북사업을 중앙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남북협력기금 등 정부예산이 들어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북지원의 경우는 중앙정부가 통제하더라도 지자체 차원의 인도적 대북사업은 지방정부의 책임으로 권한을 위임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지난 분단 70년의 경험에서 보더라도 제재와 압력으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명박정부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면서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하다가 북핵능력의 향상을 막지 못했다. 붕괴를 기다리는 시간과 핵능력이 향상되는 시간은 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북한의 압축적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작은 통로론’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최근 이뤄진 민간단체 대북비료지원이 작은 통로 열기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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