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회의원 선거구 4곳에서 재보선이 열린다. 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 다수고, 여권 핵심 실세들이 줄줄이 엮여 있는 성완종 파문을 감안하면 야당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부터 시작된 보수정권 8년 동안 이길 것이라고 예상된 각종 선거에서 여당에 패하거나 체면치레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 이번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데 야당이 조심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8년간 계속된 야당의 ‘예고편만 승리’ 징크스가 어떤 식으로 전개됐는지 돌아봤다.
① 징크스의 시작은 재보선
야당의 ‘예고편만 승리’ 징크스가 시작된 것은 2010년 7월 재보선이다. 재보선 직전인 6월 열린 5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예상을 뒤엎고 여당인 한나라당을 이긴다. (▶기사보기) 선거 전 ‘천안함 폭침’이라는 대형 안보 이슈가 터지면서 보수층 결집으로 한나라당이 다소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민주당이 정권 심판 분위기를 타고 승리한 것이다. (▶기사보기) 한나라당은 예상 밖의 패배로 정몽준 대표가 사퇴하는 등 거센 격랑에 휩싸인다. (▶기사보기)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두 달도 안 남겨둔 7ㆍ28 재보선까지 분위기를 이어갈 공산이었다. 더구나 재보선이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구 8곳 중 7곳이 기존 야당 몫(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포함)이었다는 점도 야당의 우세를 점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여기에 선거 직전 터진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 논란까지 겹치면서 야당이 재보선을 이길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기사보기) 안상수 대표 체제를 새로 출범시키면서 전열을 정비한 한나라당은 정권 2인자인 이재오 의원을 선봉으로 선거에 총력전을 벌인다. 그럼에도 선거 직전까지 판세는 민주당에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보기) 하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자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기사보기)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낮은 투표율과 야당에 대한 역(逆) 견제 심리가 발동된 것으로 분석했다. (▶기사보기)
② 공천잡음·막말 파문에 … 제발로 차버리고
2010년 7월 재보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듬해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인 경기 분당을에서 손학규 대표가 당선되면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해 나간다. (▶기사보기) 야권은 무상급식 파동과 관련 같은 해 하반기에 열린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야권 성향의 무소속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간다. (▶기사보기)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재보선 패배에 이어 재보선 당일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사이버 테러를 가한 공범 중 한 명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점점 나락으로 떨어진다. (▶기사보기)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은 박근혜 체제를 조기에 가동하고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배수진을 친다. (▶기사보기) 정권 말기에 민심의 흐름도 안 좋다는 점에서 19대 총선 역시 민주당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이 많았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된다.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더니 선거인단 부정 사건까지 터지면서 접전 양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보기) 여기에 선거 막판 인기를 끌었던 ‘나는 꼼수다’ 진행자인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더욱 곤경에 처한다. (▶기사보기) 결국 민주당은 우세한 분위기를 지켜내지 못하고 새누리당에게 과반 의석을 내주고 만다. (▶기사보기) 새누리당은 기세를 몰아 연말 대선까지 승리한다.
③ 세월호 참사에도…
지난해 6월 치러진 제6회 지방선거는 외부적인 여건상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 절대 유리했다. 선거 직전 터진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 등 인사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박근혜 정부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어느 때 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기사보기) 현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 효과에 기대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더해 선거 직전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심스럽지만 야당인 새정치연합 승리에 대한 전망이 우세했다. (▶기사보기) 선거 직전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도 새정치연합쪽으로 기울었다. (▶기사보기)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여야가 팽팽한 균형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보기) 하지만 여야의 표정은 분명하게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반면 새정치연합은 선거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내홍으로 번졌다. 사살상 야당의 패배였다.(▶기사보기)
④ 문창극 파문에도…
15개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열린 지난해 7ㆍ30 재보선 역시 당초 야당인 새정치연합의 우세가 점쳐졌다. 새누리당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등 잇따른 인사 참사에 당권 경쟁에 나선 김무성 서청원 의원의 도를 넘은 네거티브 싸움까지 겹치면서 상당히 곤경에 처해 있었다. (▶기사보기) 하지만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던 새정치연합은 또 다시 공천 잡음으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기동민 권은희 후보의 전략공천을 두고 당 내홍이 격화되면서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사보기) 위기감을 느낀 야당이 막판 단일화에 속도를 냈지만 늦은감이 없지 않았다. (▶기사보기) 선거 결과 새정치연합은 텃밭인 전남에서 새누리당에게 의석을 내주는 등 11대 4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결국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사퇴한다. (▶기사보기)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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