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28일(현지시간) 동성결혼의 전국적인 허용을 결정할 심의를 시작했다.
대법관 9명은 첫 심의에서 미시간,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 등 동성 결혼을 금지한 4개 주(州)에 반대하는 동성 커플 측의 주장과 4개 주를 변호하는 이들의 주장을 경청했다.
연방대법원은 2013년 결혼보호법(이성 간의 결합만 결혼으로 인정한 법)의 부분 위헌 결정, 지난해 10월 5개 주의 동성결혼에 대한 상고 각하 결정을 통해 사실상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곳은 워싱턴DC와 36개 주로 늘었다.
그러나 작년 11월 연방 제6 순회항소법원이 미시간, 오하이오, 켄터키, 테네시 등 4개 주(州)의 동성결혼 금지 방침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린 뒤 이에 불복한 이들이 대법원의 개입을 촉구하자 동성 결혼의 전국적인 허용 여부를 대법원이 결정할지, 각 주에 권한을 줄지를 판단할 심의에 착수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대법관들은 각 주가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정리한 규정을 계속 주장할 수 있는지, 미국 헌법이 동성커플에 결혼할 권리를 부여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양측에 질문을 던졌다.
최근 판결에서 진보와 보수로 명확하게 갈린 대법관들의 성향상 첫 심의부터 찬반 의견이 교차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분석이다.
이번 판결의 향배를 가를 캐스팅 보트를 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결혼이란 이성 간의 결합이라는 개념이 천 년 이상 지속해 왔다”면서 “(그런 역사에 비춰볼 때) 연방대법원의 대법관이 이 문제를 더 잘 안다고 말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동성커플도 결혼에 대한 ‘숭고한 목적’을 지닐 수 있다면서 기본권 측면에서 동성 결혼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앤토닌 스칼리아 판사는 오하이오 주의 동성 결혼 금지 방침에 불복한 메리 보너토를 향해 네덜란드가 2001년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인정하기 전에 이를 허용한 사회 또는 국가를 아는지를 묻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결혼이란 이성 간의 결합이라는 시각을 견지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브레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결혼은 인간의 기본권이며 각 주는 이 권리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며 동성결혼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번 재판의 주심인 존 로버츠 대법관은 동성 결혼을 원하는 이들은 결혼이라는 기존의 제도에 편입하지 않고 제도의 변화를 바라는 이들이라고 규정하면서 각 주를 대변하는 변호인들을 향해 “남성이 여성과 결혼할 수 있다면, 여성은 왜 여성과 결혼할 수 없는가, 이것은 성차별이 아닌가”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대법관의 성향이 진보 4명, 보수 4명으로 팽팽히 갈린 상황에서 케네디 대법관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엘리너 케이건, 소토마요르, 브레이어 대법관을 위시한 진보 편에 선다면 동성결혼 전국적인 허용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동성결혼 찬반론자들은 이날 첫 심의가 열린 연방대법원 주변에 모여 치열하게 주장을 펼쳤다.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허용하면 이 나라에 불과 유황이 떨어질 것이라며 법정에서 소란을 피운 한 남성 탓에 심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소개했다.
연방대법원은 몇 차례 심의를 거쳐 6월 말 최종 결정을 내린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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