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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무너진 핀란드, 강점 ICT에 서비스업 접목해 재도약

입력
2015.04.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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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부활 대신 5년간 1억유로 투자

세계 1위 모바일게임업체 슈퍼셀 키워

한국 서비스업 비중 40% 불과

물류 등 부가가치 낮은 업종에 집중

노동생산성도 선진국보다 크게 낮아

핀란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국가의 주력 산업을 바꾸면서 급부상한 모바일게임업체 슈퍼셀의 헬싱키 본사 모습. 슈퍼셀은 지난해 2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가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핀란드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국가의 주력 산업을 바꾸면서 급부상한 모바일게임업체 슈퍼셀의 헬싱키 본사 모습. 슈퍼셀은 지난해 2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가 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2005년까지 휴대폰과 목재산업 등을 앞세운 제조업 강국이었다. 2006년 핀란드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69.9%), 독일(69.8%)과 비슷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을 향한 정부 지원 가운데 절반이 제조업에 치중됐고 서비스업 지원 비중은 20~30%에 불과했다. 이런 분위기를 대표한 업체가 세계 1위 휴대폰업체였던 노키아다. 한때 핀란드는 국내총생산(GDP)의 25%를 노키아가 차지해 ‘노키아랜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잘 나가던 노키아가 흔들리면서 핀란드 경제도 흔들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실업률이 계속 올라가 지난해에는 8.8%를 찍었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았던 경제 구조의 부작용이었다.

핀란드가 해결책으로 꺼내든 카드는 제조업 부활이 아닌 ‘서비스업 강화’였다. 핀란드 정부는 “서비스업 혁신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고 보고 2005년 ‘서비스혁신기술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후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서비스 산업 혁신을 위해 2006년부터 5년동안 총 1억유로(1,162억원)를 투자했다.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세계 1위 모바일게임 업체 슈퍼셀이다. 2010년 설립돼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전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을 평정한 ‘슈퍼셀’은 전세계 직원이 155명에 되지 않는 작은 기업이다. 슈퍼셀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2조원을 쓸어 담으며 전세계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국가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전체 산업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올라간다. 수입이 먹고 사는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할 정도를 넘어서면 필연적으로 여가 등 서비스 부문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핀란드가 서비스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한국의 서비스업 비중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보다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서비스업을 웃돈다. 서비스업 비중은 2005년 42.3%에서 2010년 40.3%로 오히려 떨어졌다. OECD 회원국 순위를 보면 노르웨이 다음으로 가장 낮은 29위다. 미국(76%)이나 영국(76%) 등 선진국이 이미 70%를 훌쩍 넘어서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까지 낮다. 노동생산성은 취업자 한 명당 생산하는 부가가치다. 수치가 높으면 노동의 질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2년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46.6%에 그쳤다. 일본(83%) 독일(72.8%)과 격차가 크다.

다른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 금융 등 중간재형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더 심각하다. 한국이 강한 분야인 정보통신업의 경우 제조업 대비 노동생산성이 73.7%로 일본(164.7%), 독일(105%)과 큰 차이를 보였다. 금융ㆍ보험업도 우리나라는 95.3%인 반면 일본(136.3%)과 독일(107.3%)은 모두 제조업보다 높다. OECD 회원국 순위로 보면 국내 정보통신업의 노동생산성은 25개국중 22위, 금융ㆍ보험업은 21위다.

이처럼 서비스산업의 질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의 종사자만 집중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음식, 숙박, 물류, 보건 분야의 취ㆍ창업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한 대기업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서비스업의 외형상 비중은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종업원 수가 4명 이하인 영세업체가 10곳 중 9곳일 정도로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서비스업 연구개발(R&D) 투자도 적다. 일본, 독일 등 제조업 기반 국가가 서비스업 R&D 지출을 꾸준히 늘리는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의 총 R&D 지출 중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9%다. 이는 OECD 25국 가운데 최하위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 서비스산업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기 위해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에 서비스산업을 접목시켜 체질을 바꾸는 한국형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비스업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린 핀란드는 전체 R&D 지출 중 서비스업에 약 20%를 쏟아 부었다.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도 정보통신분야에 투자액의 42%를 투입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강한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셈이다. 백다미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노동력을 추가 투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본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정부의 R&D 지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민간 R&D 투자를 촉진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가 상대적으로 강한 IT를 서비스업 전 영역에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료와 IT를 결합한 헬스케어산업, 스마트기기를 매개로 한 스마트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IT산업이 서비스업과 결합하면 해외 진출도 가능하다”며 “국내 서비스업 시장에서 2.5%에 불과한 수출 비중을 끌어올려야 서비스산업의 외형 성장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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