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넥센 윤석민
[목동=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진심을 말한 건 스프링캠프 막바지가 돼서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윤석민을 올해 주전 유격수로 키우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고교 시절 유격수를 하긴 했지만, 프로에 와서 3루수로 정착한 그가 위대한 도전을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염 감독은 "윤석민이 지난해 강정호(피츠버그ㆍ유격수)와 김민성(3루수)의 백업으로 많은 희생을 했다. 윤석민에게 가장 먼저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심은 달랐다. 염 감독은 일찌감치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낙점해 올 시즌을 치를 계획이었다. 자칫 윤석민이 수비 부담을 느낄 경우 타격에 악영향을 받을 공산이 컸다. 체형 자체도 유격수보단 3루수나 1루수에 적합했다. 염 감독이 선의의 거짓말을 한 셈이다.
염 감독은 28일 목동 롯데전에 앞서 "캠프 막바지에 윤석민과 면담을 했고, 그 때 솔직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해야(우선적으로 기회를 주겠다고 말을 해야) 석민이가 동기 부여가 돼 훈련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당장 주전은 아니더라도 올 시즌 10경기 정도는 석민에게 유격수를 맡길 예정이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선수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해 10경기라면, 내년에는 30경기, 그 다음해에는 50경기를 유격수로 뛸 수 있다. 백업이라도 유격수를 볼 수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며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을 때 몸 값이 올라간다. 3루수 윤석민과 유격수도 소화할 수 있는 윤석민의 가치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23경기를 뛴 윤석민이 유격수로 나선 적은 아직 한 차례도 없다. 3루수 14경기, 1루수 4경기, 지명타자 1경기다. 나머지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채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의 시즌 초반 성적은 타율 3할4푼1리에 5홈런 19타점이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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