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장동민이 결국 카메라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문제의 팟캐스트를 함께 했던 유세윤, 유상무도 동참해 거듭 사죄의 뜻을 전했다.
28일 오후 7시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20분간 세 사람의 "죄송합니다"란 말로 가득채워졌다. 틈날 때마다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푹 숙이기도 했다. 불과 3~4시간 전에 '긴급'이란 타이틀을 내건 기자회견은 그렇게 끝났다.
충격요법은 없었다. 승승장구하던 강호동이 지난 2011년 세금 탈루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세 사람은 다른 선택을 했다. 당시 강호동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연예계를 잠시 떠나겠다"고 폭탄 선언을 하며 눈물로 자숙의 시간을 예고했다.
세 사람 역시 유사한 행보에 강호동 수준의 깜짝 발표가 예상됐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관심사였던 향후 행보 역시 우회적으로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묘한 여운을 남겼다. 기회를 뺏지만 않는다면 특별한 자숙의 시간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도 들렸다.
이날 회견장에서 장동민은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촬영 해놓은 분량이 상당해서 하차여부를 우리가 결정할 부분이 아니다. 제작진의 뜻에 전적으로 맡기고 겸허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겠다"고 자진 하차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그 말에 덧붙여 "기회를 주면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빠지겠다는 것도 제작진에게 또 다른 민폐라고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같이 싸늘한 여론 속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정상적인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세 사람은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드는 역할로 몸값을 올려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활약 중인 10여개 프로그램에서 모두 호통을 치거나 야한 농담 등으로 존재감을 넓혀왔던 이들이다.
이들에게 억지 눈물을 강요하거나 다른 전시적인 행동을 요구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연예인에겐 어찌보면 생활이 걸린 방송활동을 하지 말라고 떠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당일 급하게 마련한 기자회견. 이 자리에서 이들은 무엇이 그렇게 '긴급'했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제작진은 껴안더라도 시청자들이 예전처럼 이들을 보고 웃을 수 있는지도 물음표로 남았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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