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의혹 언급은 사실상 수사 지시
여당 편들어 선거 간접적 지원"
'成 리스트 규명' 특검법 발의 맞불
야당은 4·29 재보선 전날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 강하게 반발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사과도 없이, 자신의 측근들에게 집중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여당의 선거를 돕기 위한 메시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8일 경기 성남 중원 지원유세 중 박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유감이 아니라 사과를 해야 했다”며 “자신과 연관된 엄청난 비리 사건인데도 공정한 수사를 보장하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단행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두 차례 사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지시한 것이자 선거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문 대표는 “차기 대통령을 배려한 사면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것이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 사건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정쟁을 하고 있는 여당의 편을 들어 간접적으로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 발언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특검법 발의로 맞불을 놓았다.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특검보 5명, 파견검사 15명, 특별수사관 45명으로 특검을 구성하고 최장 150일 동안 수사를 진행하는 내용의 ‘성완종 리스트 진상규명’ 특별검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상설특검보다 특검보 3명, 파견검사 10명, 수사관을 15명 늘린 역대 최대 규모로, 수사 기간도 60일씩이나 늘렸다. 또 복수의 특별검사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지 않고, 여야 합의로 한 명만 추천해 대통령의 개입 가능성을 낮췄다. 이 본부장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만을 위한 특검을 도입해야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다”며 “청와대까지 보고라인 살아있는 현 검찰 수사팀이 아닌 (야당이 발의한)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철저한 수사와 정치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반응은 미묘하게 갈렸다. 재보선 승리 이후 정국 주도권 장악을 기대하는 김 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하실 말씀을 다 하셨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 원내대표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공식적인 답변을 피한 뒤, 측근들에게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여야 정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