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어디든 2곳만 이겼으면…"
새누리 내심 수도권 싹쓸이 기대, 1곳만 이길 땐 조기 레임덕 가능성
새정치 "광주ㆍ관악 사수" 압박감, 실패 땐 야권 재편 목소리 커질 듯
4ㆍ29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28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공히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각종 여론조사나 현장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4곳(서울 관악을, 인천 서강화을,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을) 모두 판세가 박빙이라 여야 모두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양측 관계자들은 ‘어디든 제발 2곳만 이겼으면’ 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2곳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말”이라며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 누구든 2곳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입을 상처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하지만 최소 2곳 승리를 기대하면서 내심 수도권 3곳 싹쓸이도 노리고 있다. 선거전 내내 우위가 점쳐졌던 성남 중원에서 이길 경우 19대 총선에서 옛 통합진보당에 빼앗겼던 지역구를 되찾았다는 의미가 있다. 27년 동안 이긴 적 없는 관악을에서 승리할 경우 ‘압승’도 선언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2석을 확보하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전했다는 점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리더십을 확고히 하며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을, 관악을 모두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퍼져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4곳 모두 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벌써부터 선거 이후 대책 마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텃밭인 광주 서을이나 관악을 중 한 곳에서라도 진다면 큰 상처를 입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광주 서을을 천정배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면 당의 뿌리인 호남에서 제1야당의 입지가 흔들리고 내년 총선에 앞서 야권 재편 요구가 터질 수 있다. 이 경우 호남은 물론 수도권 민심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면 천 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서울 송파) 낙선 후 재기에 성공하며 호남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관악을에서 새누리당에 패배할 경우엔 지난해 7ㆍ30 재보선에서 나경원 의원에게 동작을을 내준 데 이어 서울 남부권 지지 기반까지 흔들리게 된다. 반대로 두 곳 모두 이긴다면 새정치연합은 야권 표 분산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이 수도권 3곳 중 1곳만 챙긴다면 기존 의석 수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수도권 민심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동력 하락과 함께 조기 레임덕으로 빠질 수도 있다. 새누리당으로선 공무원 연금 개혁에서부터 대야 협상력이 떨어지고, 각종 입법 추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의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자구책을 찾으려는 의원들의 원심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새정치연합이 광주, 관악과 함께 인천, 성남 등에서 추가로 이길 경우에는 ‘대승 선언’이 가능하다. 성완종 파문에 대한 별도 특검 공세에 힘이 실리고, 문재인 대표 체제는 정국 주도권을 잡고 안정기를 구가할 수 있다. 이 경우 야당으로서는 2011년 4월 재보선 이후 무려 4년 만의 재보선 승리가 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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