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전력 파괴 현장 접근 어려워
"정부 허술한 대처 또 다른 재앙"
네팔 대지진 발생 나흘째를 맞아 구조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네팔 정부의 미숙한 대처와 훼손된 도로망 전력난 등 심각한 인프라 부족으로 구조대원들의 현장접근조차 여의치 않은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 매몰자 생존 가능시간인 골든타임은 덧없이 흐르면서 사망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AP는 28일 네팔 경찰을 인용해 네팔에서만 4,300여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인접국인 인도에서 70여명이, 중국에서도 25명이 각각 숨진 것으로 전해져 현재까지 네팔 대지진으로 인한 총 사망자 수는 4,400명을 넘어섰다. 유엔은 이날 대지진으로 800만명이 직ㆍ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수실 코이랄라 네팔 총리는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에 이를 수 있다”며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특히 이날 정오를 기점으로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72시간이 지나면서 인명피해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앙에 근접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 카트만두 외곽 지역 람중 고르카 일부 마을에는 아직까지 도움의 손길조차 미치지 못하고 있다. 네팔 정부 관계자는 “구조대가 수도 카트만두 외곽 마을에도 접근하게 되면 사망자 수는 크게 뛰어오를 수 있다”며 “각 지역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고 AF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고르카 지역 구역장 우다브 티밀시나는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을 곳이 아무데도 없고, 음식 물 약 텐트가 필요하다”며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에베레스트산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헬기 수색과 수송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에베레스트 등반 시즌에 맞춰 각국에서 모여들었던 외국인 등반객들과 네팔인 셰르파들의 인명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구글 엔지니어와 의료진, 영화감독 3명의 미국인이 에베레스트 등반 중에 숨졌다고 확인했다. 호주 정부는 이날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등반 중이던 자국민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속속 네팔 대지진 수습에 동참하고 있다. 인도는 네팔 지진 참사 후 신속하게 285명으로 구성된 국가재난대응팀(NDRF)를 파견하고 82톤에 달하는 구호품을 지원했다. 중국도 330만달러의 구호자금과 60여명으로 소속된 의료팀, 13톤에 달하는 의료품을 지원했다. 지진 발생 당시 549명의 자국민이 네팔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호주 정부도 470만호주달러(약 40억원)와 구호품을 실은 군 수송기를 파견해 자국민을 이송하기로 했다. 네팔에 100만달러의 구호자금을 보낸 미국은 900만달러를 추가해 총 1,000만달러를 지원키로 하고, 구조대원과 구호품을 실은 두 대의 공군 수송기를 투입했다. 이 밖에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로부터 구조대원과 의료·구호품이 속속 답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재난에 조직적으로 대처한 경험이 없는 네팔 정부는 이런 구호물품을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틀째 텐트 생활을 하고 있는 다나 쉬레스타씨는 “구호물품을 전달해 주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정부가 이를 나눠줄 수 없다면 그것이 정부인가”라고 되물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피해규모 파악조차 지지부진한 수습 활동을 꼬집으며 지진도 대재앙이지만 네팔 정부의 허술한 대처방식 또한 또 다른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코이랄라 총리는 이날 “지진 수습은 매우 벅찬 일”이라며 “전국적인 지원 요구가 정부에 접수되고 있지만 물류와 전문가가 부족한 탓에 여러 곳으로 구조 작업을 확대할 수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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