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그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18년 만에 재개정했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전략에 따라 일본의 안보역할을 확대하고 미군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게 초점이다. 그러나 일본의 역할 확대는 자위대의 군사력 강화로 이어지고, 이는 북한 중국의 군비확장을 부추겨 동북아의 안보불안을 오히려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군과의 협력을 명분으로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례를 명문화한 것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새 가이드라인은 ‘일본 주변’으로 한정돼 있던 미일 군사협력의 지리적 제한을 없애 ‘중요영향사태’라는 이름으로 자위대가 전세계 어디서든 미군을 후방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비전투 분야 지원에만 한정됐던 데서 벗어나 탄약보급, 전투기 급유 등으로까지 자위대의 역할을 대폭 강화했다. 사실상 미군과 자위대가 일체화해 전세계 어디든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이 전례 없는 안보밀착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아시아 중시정책에서 일본을 활용하려는 미국과 ‘적극적 평화주의’를 앞세워 군사력 확대를 노리는 일본의 필요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일이 이번에 처음으로 ‘도서(섬) 방위’를 명기한 것이 상징적인 예다. 사실상 중일 영토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겨냥한 것으로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센카쿠의 실효지배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거뒀다.
미국이 일본을 파트너로 동북아안보의 새 전략을 구축하려는 흐름에 우리가 굳이 시비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일본이 미군 지원을 명분으로 한반도에까지 자위대를 투사하는 상황은 상정해볼 필요가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전투병력 전개를 요청할 경우 우리의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 유엔사 후방기지에 배치된 자위대 일부가 주일미군의 한반도 전시증원계획에 따라 직접 개입할 가능성 등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한일 분쟁지역인 독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 취할 입장도 예민한 문제다.
물론 미일이 개정안에 ‘제3국 주권에 대한 완전한 존중’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한국의 이런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이런 추상적인 문구에 기대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일본이 앞으로 가이드라인 개정에 따른 관련법 개정에 나서는 만큼 정부는 외교력을 집중해 한반도에서 우리의 안보이익이 추호도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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