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오면 남성팬 함께 늘고 선수들 스타마케팅 효과 일석이조
K리그 구단들 각종 이벤트 나서… 경기장에 파우더룸ㆍ키즈존 설치

봄 기운이 완연해지면서 프로축구 K리그 구단들의 ‘여심 사냥’도 한층 활발해졌다. 2015 호주아시안컵 준우승 여파가 K리그까지 미치면서 구단들은 이 참에 여성 관중도 확실하게 늘려보자며 발 벗고 나섰다.
몇몇 구단들이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 여심을 공략하기 위한‘데이 마케팅’이다. 홈 경기를 여는 날 한 가지 테마를 정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방법이다. K리그 챌린지 FC안양의 경우 지난 26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경남FC와의 홈경기에서 ‘레이디스 데이(Lady’s Day)’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구단은 당일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는 여성 관중에게 입장권을 1매를 추가로 증정했다.
안양 관계자는 “축구에서도 여성 관객이 가져오는 파워가 상당하다. 여성 관중이 증가하면 남성 관중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소년이나 대학생 등 10, 20대의 경우 여성 관중을 공략했을 때 남성 관중까지 동반 상승하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홈경기에는 30,40대의 남성 관중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평소와는 달리, 젊은 여성관중들이 꽤 많이 유입됐다. 당일 현장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고객 중 30% 가량이 여성이었다.
여성 관중이 늘어나면 경기 분위기까지 확 달라진다. 관중석에서 나오는 함성의 ‘옥타브’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양 관계자는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재관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경기장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성 관중을 흡수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선수들의 스타 마케팅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남성 관중들의 경우 선수 개개인보다는 팀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반면, 여성 관중들은 선수에 대한 팬심으로 팀을 응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여성 관중도 늘리고 선수들의 팬층도 두텁게 하는‘일거양득’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울산 현대가 진행하고 있는 ‘우먼스 데이’이벤트 역시 여성 관중의 팬심을 공략한 스타 마케팅의 일환이다. 울산은 지난 25일 홈경기 테마를 우먼스 데이로 잡고, 김신욱, 김승규, 양동현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여성팬들에게 간식을 배달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여성 관중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경기장도 바뀌고 있다. 수원 삼성은 수년 전부터 여성 관중 확대를 위해 노력해 온 사례다. 수원은‘블루랄라 캠페인’을 통해 여성 전용 파우더룸과 키즈존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시설 정비 작업을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도 파우더룸과 수유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여성팬들만의 축구 문화도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의 여성 서포터스인 ‘이지스’나 대구FC의 ‘예그리나’가 좋은 예다. 예그리나 회원들은 대구 홈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라커룸을 직접 꾸미는 이벤트를 이어오고 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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