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27일 구제금융 협상팀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강경파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의 영향력을 협상팀에서 줄여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제금융 협상이 앞으로 속도를 내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27일 구제금융 협상팀의 총괄 책임자인 이코스 테오라키스 대표를 경질하고,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외무부 차관을 새로 임명했다. 테오라키스 대표는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직접 선출한 인물이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도 협상팀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측근인 테오라키스 대표를 통해 사실상 협상팀을 진두지휘 해왔다.
하지만 지난 24일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의의 진척을 가로막고 있다고 정면 비판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의 조건으로 연금 삭감 등이 그리스에 요구되고 있지만 강경파인 바루파키스 장관이 조금도 양보할 여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회의에서 불만에 찬 바루파키스 장관이 만찬 모임 참석도 거절하면서 “회의가 거칠고 적대적인 분위기로 가득했다”고 참석자는 NYT에 말했다.
특히 최근 집계된 여론조사에서 구제금융 협상 지연에 대한 그리스 시민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나면서 치프라스 총리가 이날 구제금융 협상팀 대표 교체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치프라스 총리와 바루파키스 장관은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싸고 입장 차도 커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팀 대표로 임명된 차칼로토스 차관은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한 좌파 경제학자로 협상가이자 실용주의자로 평가되고 있다. 차칼로토스 차관은 현재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에 이은 차기 재무장관으로 거론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 협상단 개편에 유럽연합(EU) 등 국제채권단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구제금융 협상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올해 5월12일까지 채무 7억5,000만유로(약 8,732억원)를 상환해야 하며, 연금지급 등을 위해 20억유로를 구제금융을 통해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협상 시한은 이달 30일까지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리스는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직면하게 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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