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 글로벌 서포터즈
외국인 관심 늘어 올해 75명 2대1 경쟁률 뚫고 참가
연등 제작 행렬에도 동참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곧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려면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자긍심을 줬던 일을 떠올려보세요.”
11일 서울 은평구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진관사. 선우 스님이 유창한 영어로 명상의 기본을 설명하자 40여개국 150명 청년들의 눈이 반짝 빛났다. 가톨릭, 이슬람 등 종교도 피부도 각색인 청년들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날 진관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명상과 연등만들기 등을 체험한 청년들은 ‘2015 연등회 서포터즈’ 단원들이다. 2012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선정된 연등회는 매년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종로 등에서 연등행렬을 비롯한 전통문화 축제로 치러진다. 2013년부터 매년 내외국인 동수로 선발된 서포터즈들이 종교를 떠나 축제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한국전통문화 전도사로 나선다. 첫해에는 내외국인 각 30명, 지난해 각 50명, 올해 각 75명이 참가했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매년 신청자가 늘어 올해는 2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했다. 스페인 일간신문 엘파이스(El Pais)의 기자로 단기 연수 및 인턴십을 위해 지난해 한국에 온 아나(25)씨는 “지난해 스페인어로 연등회 행사를 소개하는 글을 쓸 기회가 있었는데, 올해는 꼭 직접 연등회의 한 가운데서 축제를 즐기고 싶어 자원했다”며 “한국의 전통문화가 이렇게 빛과 긍정의 에너지를 강조한다는 것을 처음 알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용산기지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하말라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전통건축과 문화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싶어 참여했다”며 직접 만든 연등 사진을 자랑하느라 바빴다. 최근 외국인들에게 연등회는 ‘Seoul Lotus Lantern Festival(LLF)’로 불리며 ‘봄에 서울에 간다면 꼭 해볼 일’로 통한다. 하말라씨는 다음달 연등회에서 “외국인들에게 연등 만드는 법을 가르칠 예정”이라며 어깨를 들썩였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4학기째 재학중인 예멘 출신 수헬라(21)씨는 “서로 다른 문화,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섞여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연등 축제를 통해 함께 한국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서포터즈 활동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연등회는 부처님오신날(5월 25일)을 앞둔 5월 15~17일 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전통등 전시회, 연등행렬, 전통문화마당 등의 행사로 열린다. 이달 29일 오후 7시에는 광화문광장에서 탑등 점등식이 열린다.
국보 제11호인 익산 미륵사지석탑을 한지를 이용해 실제 크기의 70% 규모로 형상화한 탑등을 비롯해 서울시에 5만여개 연등이 불을 밝힐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연등회.kr)에서 볼 수 있다.
수헬라씨는 서툰 한국어로 초대의 말을 던졌다. “이 기회, 놓치면 안돼요!”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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