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씌어진 최초의 요리책은 ‘음식디미방’이다. 조선후기 유학자인 석계 이시명의 부인 장계향(1598~1680)이 340여년 전 일흔이 넘은 나이에 자손들을 위해 지은 조리서다. 국수, 만두, 떡 등의 면병류(麵餠類)를 비롯해 146가지의 음식조리법과 저장법, 발효법, 보관법 등을 소개했다. 경북 영양 지방에 살던 사대부가의 식생활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책은 아시아에서 여성에 의해 씌어진 가장 오래된 조리책이자, 세계 음식문화사에 특별한 의의가 있는 책으로 평가 받는다.
이달 12일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의 환영 오찬에 등장해 외국 정상과 국제기구 인사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음식디미방의 음식들을 직접 먹어볼 수 있게 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전통문화복합공간 ‘한국의집’에서 29일부터 ‘음식디미방’ 특선 메뉴를 선보인다. 석계종택의 종갓집 맏며느리이자 ‘음식디미방 보존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귀분(66)씨가 비법을 전수하고, 한국의집 김도섭 조리장이 손맛을 더해 메뉴를 재구성했다.
반가 음식의 특징은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찌는 조리법을 사용해 담백하다는 점. 반가에서나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사용해 식재료 본연의 영양과 맛을 살린 건강음식들이 대부분이다. 고추가 한식에 사용되기 이전에 씌어진 조리서라 고춧가루 대신 산초가루나 후추로 매운맛을 내 한식 특유의 어둡고 붉은 색감이 없다.
대구껍질에 송이버섯, 꿩고기 등으로 만든 소를 넣어 삶은 ‘대구껍질느르미’, 꿩 무 미나리 두부 표고버섯 등을 볶아 소를 만든 후 석류처럼 만두를 빚어 끓인 ‘석류탕’ 등이 대표적인 메뉴다. 1인당 5만5,000원인 점심특선은 대구껍질채, 석류탕, 가제육 등 음식디미방의 대표적인 음식 20여종으로 구성됐다.
당면이 없던 시절 꿩고기를 가운데 넣고 석이버섯과 고사리 등으로 오방색을 맞춘 잡채, 포를 뜬 생선살에 소를 넣고 빚은 어만두, 연근을 살짝 삶아 섬유질을 제거하고 한 치 길이로 잘라 기름장에 무친 후 적을 굽는 연근채, 집돼지고기를 산적 크기로 썰어 기름장에 잰 후에 밀가루에 묻혀 구워내는 우리나라 최초의 돈까스 가제육 등이 포함됐다. 다진 대합살에 쇠고기, 채소류를 섞어 만든 소를 대합 껍질에 채워서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히고 번철에 지진 후 석쇠에 다시 한번 굽는 ‘대합구이’도 먹어볼 수 있다. 예약 필수. (02)2266-9101~3
박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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