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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회 기능 강화 위해 의석 늘려라

입력
2015.04.2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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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 총비용은 유지하되 50~100 정도의 의석을 늘리자는 주장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비례대표의석 확대를 통해 국회의 국민대표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된 논거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등에 업은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국회가 우리 사회의 산적한 과제의 해결을 주도함으로써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미국 연방헌법의 아버지인 해밀턴은 의회의 국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의회의 부패를 방지하려면 많은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의 모범적 민주국가들이 모두 상ㆍ하원 합해 700명 이상의 의원, 많게는 1,000명 이상의 의원을 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인구대비 의원수가 우리보다 많은 이유도 국민의 이익이 고도로 분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의회의 대표성과 기능은 강화하고 부패의 위험은 낮추려는 것이다.

현대의 고도산업사회에서 국가의 과제는 치안과 국방을 넘어 복지, 환경보호, 경제의 안정과 성장, 위험예방 등 증가일로에 있고 또 전문화되고 있다. 이는 집행작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지는 ‘행정국가화’ 현상과 더불어 ‘법률의 정책수단화’ 현상을 수반하는 한편, 입법 수요의 폭증과 입법 내용의 전문화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 국회도 이러한 현상에 대처하기 위하여 의안을 상임위원회로 하여금 심사하도록 한 뒤 본회의에서 의결하도록 하는 상임위중심주의를 채택했다. 국회의 중심이 본회의에서 상임위로 이동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국민대표성, 부패에 대한 저항력의 약화를 수반한다. 재적 300명인 우리 국회에 설치된 16개 상임위의 소속 의원 수는 각기 12~31인에 불과하여 그 부작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정도 규모의 상임위로는 방대한 인력과 조직을 갖춘 행정부를 실효적으로 견제하면서 폭증하는 안건을 심도 있게 심사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지혜와 역량을 모으기도, 또 극히 분화된 종종 상충하기도 하는 시민의 이익들을 균형 있게 법률에 반영하기 어렵고, 강력한 이익집단들의 먹잇감이 되기는 쉽다. 주요 상임위의 규모가 좀 더 커져야 상임위중심주의의 부정적 측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기존 상임위로는 범람하는 법안을 밀도 높게 심의하기도 버겁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가 저성장과 고실업율, 저출산과 노령화, 복지부족, 정보사회에서의 사생활 침해, 원자력발전의 위험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주도적으로 모색하는 한편, 집행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체계적으로 감시ㆍ통제하는 데 필요한 상임위나 상설 소위를 두려면 의석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가 정책을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나 시민단체가 제출하는 정책 제안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에 급급한 것은 전문적 과제를 분담해야 할 의원 수의 부족에도 기인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하원은 600명 이상의 의원을 26개의 상임위에 배정한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쟁점’ ‘인권 및 인도적 지원’ ‘청원심사’ 등과 같은 정보사회의 구조적 문제나 시민의 고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임위까지도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의원 40인 내외의 대형 상임위들은 복수의 상설 소위나 상설 협의체를 통해 관련 법안심사는 물론 도ㆍ감청과 같은 기본권침해 문제에서 군비, 해외파병, 지속가능한 발전, 고준위핵폐기물저장, 금융시장안정, 군비수출통제, 자원봉사의 촉진에 이르기까지 주요 정치적 현안들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논의ㆍ점검ㆍ통제하고 있다. 의회가 정치를 주도하며 국민통합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예는 국민대표성의 강화만이 아니라 비대해진 행정부에 맞설 수 있는 더 유능한 국회, 정치를 주도하면서 시민의 필요에 즉응하는 국민의 신망을 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의석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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