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상수도가 보급된 것은 1908년 서울시 뚝도 정수장이니 100년이 훨씬 넘었다. 처음에는 양반들이 많이 사는 4대문 안 16만명부터 공급했고 곧 이어 부산, 대구 등에도 상수도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물 보급이 본격화된 것은 인구 증가와 도시화 그리고 중화학 공업 육성으로 용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1970년대부터다. 더불어 급증하는 물 공급을 감당하기 위해 소양강댐, 안동댐, 대청댐 등 다목적댐도 건설해 하천유량도 확보하고, 수돗물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13년 상수도 보급률은 98.5%에 이르렀다.
그러나 100살 이상이 되었다는 것은 병들고 힘든 상수도관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더구나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건강관리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수도관 18만6,000㎞ 가운데 21년 이상 경과한 노후관은 28%인 5만2,000㎞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혈관이 막히고 터지듯 수도관이 동맥경화에 걸린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연간 수도관 교체율은 전체 관로의 1.4%에 불과하다.
이에 따른 문제가 곳곳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시에서 노후 수도관 파열로 7만5,000여 가구가 이틀간 단수로 고생했다. 지난 1월에는 평택시의 주택과 상가가 침수 피해를 겪었다. 또한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싱크홀의 주원인도 지중에 매설된 노후 상ㆍ하수도관의 파열에 따른 토사 유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도관도 이제는 너무 늦기 전에 약을 먹거나 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문제는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돈이 없다는 점이다. 물 값이 너무 싸다 보니 돈을 모을 수 없다. 수돗물 값을 현실화하자는 말은 오래 전부터 많았다. 전기가격은 조금씩 오르는데 물 값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여전히 변함이 없다. 수돗물 가격은 지금 원가의 77.8% 수준이다. 100원 들여서 물을 생산해 팔면 들어오는 돈은 78원이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몸 아프다고 병원 갈 생각은 지레 접고 마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를 위한 시민의 모임’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물, 전기, 가스 등의 공공재 가운데 물을 가장 필수적인 공공재로 느끼고 있으며, 수돗물 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요금 인상은 반대한다. 국내 가구당 월평균 수도요금은 약 1만4,000원으로 전기요금의 4분의 1, 통신요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다. 가격이 싼 것은 좋은데, 만약에 상수도관이 터져서 재산 손실이 생길 수 있고, 길 가다가 갑자기 지반이 침하돼 다치기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전기, 물을 생산하는데 원가 보전이 안 되다 보니 정부가 세금으로 즉 내가 낸 세금으로 어쩔 수 없이 도와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서비스는 지불한 만큼 받기 마련이다. 이제는 정당한 가격을 주고 정당한 서비스를 받을 때가 되었다. 갈수록 사회복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깨끗하고 충분한 물을 공급하는 것도 복지의 일종이다. 모든 국민이 즐기는 의료, 교육, 환경, 위생, 그리고 주택 등이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 값을 현실화하여 다른 데도 세금이 쓰이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식 세대로 그 많은 짐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물은 생명이다. 생명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생명을 지키는 것은 인간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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