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더 빠르게 판단했다면 우리 마루(マルちゃん)를 살릴 수 있었을 까요.”
지난 25일 일본 대표적 번화가인 롯폰기(六本木)의 한 극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2011년 3월11일 일본 대지진 때 반려동물을 잃은 한 가족이 당시의 심정, 또 지금의 마음을 털어놨기 때문입니다.
이날 행사는 스키모토 아야(杉本彩)라는 일본 유명 배우가 지난 열흘간 롯본기의 극장을 빌려 동물 관련 영화, 음악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문화제인‘해피 애니멀 페스타’라는 행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토요일 오후였지만 1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동일본대지진 당시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도 희생당했다는 것, 또 다른 재난 발생시 동물들의 처우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목숨을 잃은 동물도 많았지만 재해에서 목숨을 건졌다고 해도 동물이라는 이유로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또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추위와 배고픔, 스트레스로 생을 마감한 동물들도 많이 있었다고 가족들과 자원봉사자, 현지에 다녀온 이들이 전했습니다.
무카라는 개는 평소 몸무게가 53㎏였는데 추위와 스트레스, 먹을 것이 부족해 25㎏까지 빠졌다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15살 시바견 마루는 간식보다도 산책을 좋아하는 강아지였는데 집과 함께 파도에 휩쓸려 갔고 1개월 후 죽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루의 주인은 “살아있었어도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추위 배고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며 “동물도 작지만 귀중한 생명임을 알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각국의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일본 지역을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지진으로 반려동물을 잃은 가족들로부터 반려동물의 사진을 보거나 또는 이야기를 듣고 반려동물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회를 열어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또 일반인에게도 재해 시 반려동물의 처우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를 갖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시가 끝나면 해당 작품은 반려동물의 주인에게 전해지게 된다고 합니다.
행사에 참석한 이후 만약 내게 이런 일이 생겼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목숨을 잃은 반려동물에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날 행사는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또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지만 모두 소중한 생명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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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글·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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