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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이재용… 삼성은 체질개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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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이재용… 삼성은 체질개선 중

입력
2015.04.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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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삼성' 원칙 벗어 던지고

시장 원리 따라 빨라진 행보 보여

격식·관례 얽매이지 않고 실용 강조

"큰 걸음 딛기 시작했다" 평가도

지난달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 공개 행사는 예년과 달랐다. 행사 진행 시간이 예년의 절반 수준인 40여분으로 줄었고 삼성전자 임원들이 경쟁사 제품인 ‘아이폰6’를 직접 들고 나와 비교 시험까지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갤럭시S6 공개 행사는 다양한 기능을 장황하게 보여주기 보다 중요 기능만 제시해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삼성이 달라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뒤 1년 동안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끌면서 크고 작은 수 많은 변화들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삼성이 큰 걸음을 딛기 시작했다”고 표현한다.

과거 삼성은 ‘관리의 삼성’으로 통할 만큼 철저하게 규범화된 원칙에 따라 움직였으나 이제는 시장 원리에 따라 행보가 빨라졌다는 뜻이다. 계열사 매각 및 인수합병 등 외형적 변화 뿐 아니라 그룹 내 조직 문화가 바뀌는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의 색깔이 전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리는 수요사장단회의다. 예전에는 사장들이 들어서면 보안 요원들이 90도 인사를 했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실용적인 것을 강조해 구태의연한 격식이나 보여주기식 관례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고위 경영진의 해외 출장시 많은 임원들이 공항에 줄지어 나와 벌려섰던 의전도 모두 사라졌다. 이 부회장도 해외 출장 시 별도 수행원 없이 혼자서 여행용 가방을 직접 끌고 나온다.

심지어 전용기 이용 횟수도 줄였다. 대신 일반 여객기를 타는 경우가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을 엄수해야 할 비즈니스 미팅이 아니면 되도록 전용기 이용을 자제한다고 들었다”며 “최근 출장에서도 여객기를 타고 이동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영향은 줄줄이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에게까지 미쳐 전체적으로 삼성 사장단의 전용기 이용횟수도 줄었다는 후문이다.

소통 문화 또한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일부 임원 회의는 이 부회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한다. 그만큼 내부 의견에 적극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 장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포함한 주요 경영진들이 직접 나서 경영전략을 소개하고 주주들과 마주볼 수 있도록 좌석 배치를 바꾼 것도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실리경영이 그룹 곳곳에 변화를 초래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47조원, 영업이익은 5조9,000억원으로 이 회장 입원 직전인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30%씩 줄었다.

주력사업인 스마트폰 부진이 결정적인데, 그만큼 이 부회장 입장에선 스마트폰을 대신할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이후 1년간 매달 1개꼴로 해외 기업을 사들여 10개월 사이 8개사를 흡수한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결국 실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룹 체질 개선에 들어간 이 부회장에 대한 평가도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실적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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