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해외 법인세 6년 새 4배
해외사업 많은 대기업 위주 유출
외국기업 한국에 내는 세금 제자리
법인세 순유출 현상 심해져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내는 법인세가 6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외국 기업이 한국 정부에 내는 법인세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런 ‘법인세 순유출’ 현상의 심화가 최근 극심한 세수 부족 현상을 부른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13년 외국납부 세액공제액은 2조6,044억원으로 2012년(2조5,306억원)보다 738억원, 2011년(1조5,960억원)보다 1조84억원 늘어났다. 외국납부 세액공제는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낸 법인세만큼 국내에서 내야 할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2007년 6,884억원에 불과했던 외국납부 세액공제액은 이명박 정부 들어 2009년 1조808억원, 2010년 1조4,628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6년 만에 4배 가까이 불어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MB정부가 2008년부터 세액공제 대상 범위를 해외 자회사에서 손자회사까지 늘리고, 2010년 세액공제 대상 해외 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 요건을 20%에서 10%로 줄여준 것이 공제액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확대되는 기업들의 해외 현지 영업, 그리고 대기업에 대한 경제력 집중 현상도 주요 원인이다. 법인세 상위 10대 그룹이 낸 법인세는 2011년 7조5,350억원으로 그 해 전체 법인세수(44조9,000억원)의 16.79%에 불과했지만 2년 후인 2013년에는 10조5,268억원으로 늘어 전체 법인세수(43조9,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까지 불었다. 중견ㆍ중소기업에 비해 외국에서 버는 돈이 많은 대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법인세 유출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국납부 세액공제는 국가간 이중 과세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공제 규모가 커질수록 국내 법인세수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법인세수 실적은 크게 곤두박질 치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수 규모는 42조7,000억원으로 2013년(43조9,00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또 세수 전망인 예산(46조원)보다도 3조3,000억원 덜 걷혀 지난해 역대 최대 세수 결손(-10조5,000억원)의 주요 원인이 됐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한국 정부에 법인세를 많이 내면 법인세 유출이 그만큼 상쇄될 수 있지만 외국 기업에서 걷는 법인세수는 2013년 9,516억원에 그쳐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이 외국에 낸 법인세(2조6,044억원)의 37%에 불과했다. 세수 증가 속도도 외국납부 세액공제에 비해 턱없이 느리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에서 세액공제 대상 자회사 지분율 한도를 10→25%로 늘리고 손자회사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렇게 줄일 수 있는 공제 규모는 기재부 추산으로도 연간 3,000억원에 불과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국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대기업에 대한 전담 부서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는 미국 세무당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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