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중위소득 43% 이하 가구에
가족수·거주지 등에 따라 차등 지급
고시원·쪽방 월세 20만원 넘는 실정
실제 주거비와 차이 커 살림 힘들어
정부가 7월부터 월 소득이 중위소득(전체 가구의 소득을 낮은 순서대로 일렬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있는 소득)의 43% 이하인 가구에 주거급여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지원 금액이 작아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생활고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의 석촌동 반지하 방 월세는 50만원이었지만 3인 가구가 주거급여로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6만원 뿐이다. 서울의 1인 가구에는 최대 19만원이 지원되는데, 창문 없는 고시원이나 쪽방의 임대료도 월 20만~24만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열고 중위소득(422만2,533원ㆍ4인 가구 기준)의 43%인 월 소득 181만5,689원(세전) 이하 가구에 대해 주거급여를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월 소득이 현금급여 기준선(올해 134만9,428원) 이하이면 일괄적으로 주거급여를 지급하던 방식에서, 거주지와 가족 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주거비가 많이 드는 서울이 1급지, 경기ㆍ인천이 2급지, 광역시 지역이 3급지, 그 외 지역이 4급지다.
서울의 경우 전ㆍ월세로 사는 2인 가구는 22만원, 4인 가구는 30만원을 지급하고, 4급지(시군)는 1인 가구 13만원, 4인 가구 19만원을 지급한다. 다만 이는 지원액의 최대치로, 실제로 내는 월세가 이보다 적으면 월세만큼만 지원한다.
하지만 지원액은 실제 주거비와는 차이가 크다.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숙인들이 주로 생활하는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평짜리 쪽방의 월세도 20만~24만원 정도다. 주거급여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최소 주거 면적, 필수 설비 등 쾌적한 주거생활에 필요한 요건을 고려해 기준 임대료를 산정했다”고 밝혔지만, 1인 가구의 경우 소득과 재산이 전혀 없을 때 지원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9만원으로는 쾌적한 생활은커녕 쪽방에도 들어가기 힘들다.
실제로 주거급여의 ‘주거보장’ 기능은 미미하다. 국토부가 이번 주거급여 개편를 앞두고 2013년 중위소득 50% 이하 1만 가구를 조사한 ‘저소득 가구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월 임대료 중 주거급여액의 비중은 수도권이 39.6%, 전국 평균도 44.9%에 불과하다. 또 주거급여를 받는데도 최소한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의미하는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가 37%나 돼, 주거급여를 받지 않는 저소득층(40%)과 사정은 비슷했다. 현재의 낮은 주거급여 액수는 주거환경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주거급여액은 낮고 실제 주거비는 높다 보니 수급자들의 살림은 나아지기 힘들다. 조승화 동자동사랑방 사무국장은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은 기초생활수급액의 절반이 주거비로 나가고 월 25만원 정도로 한 달을 살기 때문에 저축은 꿈도 못 꾸고 생활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의결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중위소득으로 기준을 바꾸며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상대적인 빈곤을 반영하기로 했지만 주거급여액은 여전히 절대적인 기준으로 산정해 최저 주거를 보장하기 힘든 낮은 수준으로 정해졌다”며 “새로운 방식을 처음 도입하다 보니 국토부가 굉장히 보수적으로 금액을 설정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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