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이나타운'의 광고 카피는 극중 "증명해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명"이라는 대사를 인용하고 있다. 이 말을 주인공 김혜수에 대입하면 증명할 가짓수는 차고 넘친다. 김혜수는 영화에서 제목이자 배경인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마가흥업의 보스를 연기했다. 마우희라는 예쁜 이름이 있으나 모두에게 '엄마'라고 불리는 어둠의 대모다. 김혜수는 "언론시사 후 호평이 이어진다"하자 "에이~"하며 손사래를 쳤다.
-삼고초려 끝에 출연했다.
"두 번이나 거절했다. 영화가 너무 좋았지만 극중 대사처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느낌이 힘들었다. 주위에서 원고라도 보고 결정하라 했지만 혹시나 할까 봐 읽지 않았다. 몇달 후에 수정 원고를 큰 마음을 두지 않고 읽었는데 괜히 봤다가 여기까지 왔다, 호호호."
-엄마 캐릭터는 정말 강렬하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강렬한 느낌을 받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했다. 엄마 자체가 차이나타운인데 그 곳의 모든 공기를 함축한 듯한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삶을 방치한 느낌을 주려 분장팀, 의상팀이 많이 고생했다."
-부스스한 백발, 기미 낀 피부 표현은 쉽지 않았을 텐데.
"여배우가 바지를 입고, 화장을 안 하는 게 변신이 아니다. 배우의 외적 변신은 내적 연기와 함께 한다. 이번 작품은 초반부터 다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막연한 엄마의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되면서 의견이 모아졌다. 엄마의 모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을까 싶었다. 중년을 훨씬 뛰어넘은 응축된 삶이 보여지길 바랐다."
-촬영 중 슬럼프는 없었나.
"전혀! 캐릭터 설정에 가속이 붙고 나서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1시간 가량의 분장을 할 때나 팔자의 엄마 걸음으로 현장에 갈 때 너무 즐거웠고 신났다."
-김혜수가 섹시하기 때문일까. 엄마의 모습에도 남배우들과 케미가 살더라.
"아니다. 차이나타운의 엄마는 그가 거느리는 모든 것을 취한 1인자다. 때문에 어린 조직원들과도 어떤 관계를 맺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영을 연기한 김고은과의 호흡도 뛰어나다.
"김고은과는 프리 프로덕션 때부터 의견을 나눴다. (김)고은이는 작품에 대한 해석,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 등이 뛰어나다. 호흡을 맞추며 자극도 받았고, 보고 배운 것도 많다."
-극중 엄마에게 일영은 어떤 아이인가.
"엄마는 일영이 어릴 때부터 곧 나임을 직감해 엄마가 될 트레이닝을 시켰다. 또 생존이 전부인 차이나타운에서 고단한 현실을 끝내줄 사람인 일영인 것도 알았다."
-엄마라는 이미지와 영화 캐릭터는 사뭇 다르다.
"일반적인 모성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여왕벌과 일벌의 조직도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엄마는 자식을 기르는 모성애를 가진 여인이 아니라 일종의 호칭이라 볼 수도 있다."
-영화가 칸영화제에 비평가주간에 초청받았다.
"칸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았다. 작품을 잘 만든 한준희 감독에게 박수 쳐 주고 싶다."
-여배우에 주목하는 영화가 드물다.
"상업영화에서 남성 캐릭터가 움직이는 파장을 무시할 수 없다. 차이나타운처럼 여성 캐릭터를 다룰 수 있는 감독들이 많아지면 나아지지 않겠는가."
CGV 아트하우스 제공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