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취수장 거리예술가 지원
국내 첫 창작센터로 변신
연습공간ㆍ제작실ㆍ야외광장 갖춰
수돗물을 만들던 서울 광진구 아차산 아래 구의취수장이 예술 창작공간으로 변신했다. 23일 개관한 국내 최초의 거리예술 베이스캠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다. 취수장은 건물과 물펌프 등 시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채 거리예술극, 서커스 제작과 연습을 위한 장소로 바뀌었다. 제1취수장 앞 야외에서 맨 먼저 관객을 맞은 프로젝트 날다의 거리극 ‘시간, 기억 축적 at 구의취수장’은 8m 모래시계를 형상화한 무대에서 3명의 배우들이 줄 하나에 의지해 공중 공연을 펼쳤다. 서커스 공중곡예와 거리극을 합친 이 작품은 이 센터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문래예술공장, 연희문학창작촌 등에 이어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8번째 예술창작센터로 설치미술 거리극 음악극 퍼레이드 등 거리예술과 예술성이 가미된 서커스 제작을 지원한다. 김주연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팀 대리는 “서울시는 역사성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취수장 원형을 간직한 채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한 층 높이가 15m에 달하는 취수장 건물과 소음에서 자유롭다는 장소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예술 장르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의취수장은 1976년 서울시의 원수 정수장 역할을 해오다 2011년 강북취수장이 신설되며 폐쇄됐다.
이번에 개관한 센터는 제1취수장과 제2취수장, 면적 2,600㎡의 야외광장이다.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 제1취수장은 대형 공연을 연습하고 무대 세트를 제작하는 곳으로 활용된다. 제작·연습실로 사용되는 지하 1층은 면적이 1,701㎡, 높이가 건물 4층에 해당하는 15m에 달해 실제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데, 물탱크 사다리 등 취수장으로 사용될 당시 유산들을 그대로 전시해 독특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김주연 대리는 “두 차례 예술인 공청회를 거쳐 창작실 동선을 짰다”며 “지하 2층은 취수펌프를 비롯해 취수장 구조를 그대로 놔두었다”고 설명했다. 견학장소로 손색없는 이곳에는 지금 작가 올리버 그림의 설치작품 ‘제 11막 4장’이 개막작으로 전시되고 있다. 지상 1,2층은 무대 세트를 제작하는 사무실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제2취수장은 소극장 공연을 위한 실내 연습실로 쓰인다. 야외에는 서커스 공연에 맞는 천막을 설치하고, 작품을 시연한다. 직원숙소로 사용되던 관사는 내후년까지 예술가들의 레지던스 작업장, 염소투입실은 공연 교육공간으로 바꿀 예정이다. 조동희 서울문화재단 축제기획팀장은 “프랑스 마르세이유시에 위치한 옛 비누공장을 재활용해 만든 거리예술지구를 모델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개관을 기념해 1취수장 지하 1층에서는 국내 극단 아시아나우와 호주 극단 렉스온더월이 공동창작한 서커스 음악극 ‘사물 이야기’가 선보였다. 평화롭게 놀고 있던 네 명이 아이들이 사물악기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담은 이 작품은 동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무대에 훌라후프와 상고돌리기 등이 한 무대에서 융합돼 신선하고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했다.
다만 한강변을 끼고 도로 옆에 자리한 입지 조건상 창작센터가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 확대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조동희 팀장은 “이곳에서 공연을 올리기보다는 예술가들이 공연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작비 지원 등 연계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창작센터 개관에 맞춰 거리예술 창작지원 사업을 공모한다. 5월(1차)과 7~8월(2차) 공모를 통해 선정된 2~3개 팀에 총 5,0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창작센터를 연습공간으로 대여할 예정이다. 자세한 문의는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 참조.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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