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점 공동 1위(26개) 안타 2위(32개) 홈런 공동 3위(7개) 득점 공동 4위(19점) 장타율 6위(0.656) 도루 10위(5개) 타율 13위(0.333). 시즌 초반 롯데 3번 타자의 성적표다. 2006년 프로에 뛰어들어 이듬해 1군 데뷔전을 갖고 어느덧 프로 10년 차가 된 황재균(28)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황재균은 겨우내 몸을 불려 파워가 늘었다. 지난해 1번 타자로 주로 나섰지만 올해는 중심 타선에 위치에 연일 큼지막한 타구를 날리고 있다. 특히 거포의 상징 중 하나인 땅볼/뜬공(GO/FO) 비율이 0.67이다. 2013년 GO/FO가 1.01이었던 그는 지난해 0.70을 기록했고 올해는 더 좋아졌다. 기본적으로 공이 뜨고 있어 언제든 장타를 날리겠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롯데는 27일 현재 팀 타율이 2할6푼7리로 중위권이지만, 팀 득점이 139점으로 넥센(149점)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팀 홈런은 35개로 삼성 넥센(이상 32개)를 제치고 1위다. 75억원의 주홍글씨를 지우고 있는 강민호의 부활과 더불어 황재균의 변신이 결정적인 이유다. "늘 타점에 대한 욕심은 있었다"는 황재균을 23일 광주에서 만났다. 당시 롯데는 KIA에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했지만 다시 홈으로 돌아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삼성전을 내리 제압했다.
-시즌 초반부터 타격감이 식지 않는다.
"절대 그렇지 않다. 요즘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솔직히 개막전 즈음에는 공이 아주 잘 보였는데,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더 훈련하고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감독의 칭찬이 대단하다. 3번 타자 옷이 잘 맞는 것 같다.
"늘 타점 욕심이 있었다. 프로에 와서 80타점은 꼭 넘기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점이 지난해 76타점이다. 시즌 초반 이렇게 타점이 많은 적은 처음이다. 아무래도 1번(아두치), 2번(손아섭) 타자들의 발이 빨라 운 좋게 타점이 늘어나는 것 같다. 아두치가 1루에 있을 때 2루타를 치면 쉽게 홈까지 들어온다."
-올 시즌 특별히 달라진 부분이 있나.
"방망이 길이를 바꾼 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무게 880~90g에 34인치짜리를 쓴다. 팀 내에서 34인치는 최준석 선배, 아두치 정도만 사용한다.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 탓인지 34인치도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 비거리가 확실히 늘어난 것 같고 타구 스피드도 빨라진 것을 느낀다."
-벌크업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인데, 바꿔 말하면 유연성이 문제다. 몸이 둔해지지 않나.
"예전에 그런 경험이 있다. 몸은 키웠는데 정작 스피드가 떨어져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를 위해 이번에는 스피드를 유지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 제자리에서 많이 뛰었고, 아령 무게를 줄이는 대신 같은 동식을 빨리 하면서 순발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감독이 시즌 전에도 야수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고, 그 중심에 황재균이 서 있는 것 같다.
"내가 그 정도 선수는 아니다. 다만 박종윤 형이 돌아오면 우리 팀 야수진이 더 좋아질 것이다. 아두치, (손)아섭이가 못치고 있는데 큰 걱정은 안 한다. 아섭이는 이렇게 슬럼프가 긴 것을 처음 보는데 맨날 하는 애 아닌가. 곧 올라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도 찬스를 잘 살리기 위해 더 집중할 것이다. (실제로 부진하던 아두치, 손아섭은 23일부터 확연히 살아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다. 동기 부여가 사라졌을 수도 있겠다.
"그 반대다. 앞서 병역 혜택을 받고 이후부터 오히려 성적이 떨어져 결국 은퇴한 선수들이 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2년이라는 시간을 벌었으니 더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현재 외국인 선수들이 대체적으로 어린데, 어떻게 지내나.
"린드블럼은 나와 동갑이고 아두치는 민호형과, 레일리는 아섭이와 동갑이다. 홈이나 원정 가리지 않고 용병들과 자주 밥 먹으러 간다.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레일리 공은 전지훈련 청백전에서 쳐봤는데 진짜 못치겠더라. 변화구 각이 상당히 좋다."
-절친 강정호 경기는 자주 보나.
"(강)정호 경기는 매일 체크해서 보고 있다. 공이 눈에 익으니 서서히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 정호는 방망이 스피드로 치는 선수이기 때문에 적응이 중요하다. 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막 프로에 와서 140㎞ 넘는 공을 보고 '와 이걸 어떻게 치냐 했는데' 이제는 그런 공들이 가장 치기 쉽다. 야구란 그런 것 아니겠는가. 강정호도 똑같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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