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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어머님이 누구니? 어떻게 이렇게 키우셨니?

입력
2015.04.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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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의 반향이 크다. 오랜 히트메이커인 그의 경력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수려하게 만들어진 곡이다. 시작부터 묵직한 베이스가 아슬아슬한 리듬을 그리다가, 다른 악기들이 얹히고 나면 엇박자가 나오면서 매력적인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많은 악기가 등장하지만 편곡 자체는 간단한 편이다. 맛깔스러운 오르간도, 휘청거리는 신시사이저도, 화려한 무게감의 관악기도, 대부분 각자 주어진 파트를 반복한다. 작곡자는 악기들을 주무르듯이 넣었다 뺐다 하면서 역동성을 만든다. 2절에서 관악기가 공간을 채우면서 재즈 풍의 브레이크로 연결되고, 다시 제시의 랩이 쏟아지며 곡이 절정부로 치닫는 것은 이 베테랑이 만드는 호흡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 관심이 쏠리는 것은 뮤직비디오와 곡의 내용이다. 여성에게 반말로 대뜸 신체 사이즈를 묻고, 여자들의 엉덩이만 쳐다보며 감탄한다. 문제는 여성을 대하는 연상 남성의 지위가 내포된 이 곡이 그를 ‘성희롱 아저씨’로 만든다는 점이다. 많은 여성에게 불쾌감을 안길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박진영이 연기하는 박진영’은 위협적이지 않다. “어머님이 누구니?”란 말이 현명한 구애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는 그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할 따름이고 여성들은 그를 철저히 무시한다. 제시의 랩은 “JYP, 저리 비켜봐”라고 말한다. 그는 ‘무해한 남자’다. 주책스러운 가사와 우스꽝스러운 표정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을 3분대로 늘여놓은 것만 같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자신을 멸시하고 조롱하라는 것이다.

프로듀서로서 그가 표현하는 여성상은 성적으로 주체적이고 당당한 것이 많았다. ‘성인식’을 필두로 한 박지윤의 곡들이 그랬고, ‘배드 걸 굿 걸’이나 ‘남자 없이 잘 살아’ 등 미쓰에이의 곡들이 그랬다. 그러나 이는 연상 남성의 시선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고, 남성의 지시로 주체성을 갖는 여성이라는 모순으로 삐걱거렸다. 그 위화감을 견디지 못한 박지윤이 그의 지휘를 등진 일은 아마도 그에게 더없이 뼈아픈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후 그는 달라졌다. 원더걸스의 ‘텔 미’와 ‘노바디’ 뮤직비디오에 그가 등장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자의식 과잉을 말했지만, 그는 촌스러운 퇴물로 등장해 소녀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무대를 빼앗기는 모습을 연출했다. 곡에는 유치한 라임과 표현을 자주 담았고, ‘아시안 소울’이란 터무니 없는 별명을 만들기도 했다. SBS ‘K팝스타’에서의 과장된 발언들마저 어쩌면 ‘주책덩어리 JYP’라는 캐릭터의 일부인지 모른다. 힙합에서 자신감을 흔히 ‘스왝’이라고 표현한다면, 박진영의 태도는 차라리 ‘안티-스왝’에 가깝다. “어렸을 때부터 눈이 좀 달라” 평생 쌓인 결과가 고작 엉덩이를 좋아할 뿐인, 한없이 바보 같은 아저씨인 것이다.

이 작품 속 인물을 현실에서 만난다면 불쾌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박진영은 공공연한 희화화의 대상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조롱할 빌미를 제공하고, 면박을 당하면 순순히 물러나 다른 곳에서 다시 주책을 부리는 광대. 그것이 ‘딴따라’를 자처하는 그가 특히 성을 다루는 데서 찾아낸 성장의 공식이다. 이쯤 되면 이 43세의 특출한 광대에게 이렇게 물어도 되지 않을까?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미묘ㆍ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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