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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패턴 고집 땐 헛바퀴… 기술ㆍ시스템 혁신이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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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패턴 고집 땐 헛바퀴… 기술ㆍ시스템 혁신이 돌파구

입력
2015.04.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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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ㆍ고령화 현상 급속 진행, 노동 투입 의존한 성장 어려워져

반도체 소재업체 원익머트리얼즈, 분임조 도입해 원료 37%나 절감

"투명ㆍ신뢰 문화 구축도 혁신 한몫, 하나의 기술로 산업구조 획기적 변화"

“등수가 바닥인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면 확 올라가요. 그런데 전교 10등권에 들어가는 우등생들은 남들과 똑같이 공부해서 성적을 올리기 힘들어요. 오히려 하던 대로 공부하면 더 떨어지기 십상이죠.”

최근 국내 대기업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현재 한국 경제를 전교 10등권 학생에 비유해 진단했다.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 없이 과거의 성장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쉽게 상황을 타개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노동과 자본 의존형에서 벗어나라

주요 선진국들은 지금의 우리처럼 1970, 80년대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치는 고비를 맞았다. 이때 택한 방법이 시스템과 제도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영국이다. 영국은 1970년대 말 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을 대신해 서비스 산업으로 방향을 틀어 금융과 서비스산업을 본격 육성했다. 2000년대 후반 리먼 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금융서비스산업이 위기를 맞자 이번에 영국이 택한 방법은 스토리텔링, 즉 독창적 이야기에 뿌리를 둔 문화콘텐츠 산업이다. ‘해리 포터’ 와 ‘반지의 제왕’, 드라마 ‘셜록’시리즈처럼 책과 영상물 등 문화콘텐츠 산업이 전세계로 확장됐고, 이후 다이슨의 날개없는 선풍기처럼 디자인을 첨단기술에 접목시키며 고부가가치 사업 아이템들이 쏟아졌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리도 향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3%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하려면 성장의 틀을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노동 투입에 의존하는 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세계에서 유례 없을 정도로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2017년부터 생산인구가 감소할 전망이다. 즉, 노동 투입에 의존한 성장은 더 이상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과 임금 상승으로 자본 투입에 따른 추격 성장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한국이 기술주도형의 선진국과 저임금의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달한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끼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경고를 오래 전부터 해왔다.

결국 전문가들은 생산성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생산성 혁신이란 같은 요소를 투입해 더 많이 생산하거나, 똑같은 물건을 생산해도 더 적은 요소를 투입하는 방법을 말한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고용의 중심 축이 노동의 양보다 질, 단순 제조보다 혁신능력을 갖춘 고급 전문기술직과 양질의 서비스인력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2012년 기준)은 제조업의 46.6% 수준으로, 제조업 강국인 일본(83.0%)과 독일(72.8%)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는 대부분의 서비스업이 자영업과 단순판매 위주의 영세한 저부가가치 업종 위주로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관광, 의료, 문화콘텐츠 등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형 고품질 서비스 산업은 부족한 실정이다.

답은 기술과 시스템 혁신이다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은 기술과 시스템 혁신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경남 창원시 의 자동차 부품업체 센트랄이다. 이 업체는 최근 5년간 매년 25%씩 성장하며 매출액이 3,300억원(2013년 기준)을 기록했다. 비결은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전략실행 및 성과창출 프로그램(SEP)이라는 시스템 혁신방법이다.

SEP는 잠재적 위험요소와 고객이 절실히 원하는 것 등을 따져 목표를 정한다. 도출된 과제는 추진기간(대부분 5개월 이내)을 정해 즉시 개선할 수 있는 것부터 우선 순위를 정한다. 이후 직원들이 모여 개선 아이디어를 내고 업무에 시범 적용한 뒤 효과가 있으면 모든 부문에 확대 적용한다.

센트랄은 SEP 프로그램 덕분에 최근 4년간 생산성이 90% 향상됐다. 불량률을 50% 이상 줄이고, 개별 제품 생산 시간도 30% 줄였다. 덕분에 BMW, 테슬라 등 전 세계 90개국 250개 자동차업체들에 현가장치 등 부품을 공급하며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2002년 충북 청주시에 들어선 반도체 소재업체 원익머트리얼즈도 시스템 혁신으로 생산성을끌어 올렸다. 원동력은 ‘분임조’ 운영을 통한 원가절감이다. 분임조는 원료의 질과 사용량에 따라 제품 품질과 생산량 편차가 커지는 원인을 찾기 위해 도입됐다.

분임조들은 공정 과정을 분석해 많은 원료 손실(74%)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곧바로 설비 개선과 작업 지침을 변경해 원료를 37% 절감했고, 원자재 투입량 대비 제품이 나오는 수율도 92.4%까지 끌어 올렸다. 뿐만 아니라 작업 방식을 변경해 원료담당자는 물론이고 연관성 있는 다른 작업자에게도 교육을 실시해 원료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투명하고 신뢰하는 문화 구축 및 제도 개혁 등 비산업적 요소도 혁신을 유발하는 보이지 않는 요소로 진단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창재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기술과 제도 혁신이 이뤄지도록 규제 완화 등 선제적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며 “그래야 1명의 인재가 1,000명을 먹여 살리고, 하나의 기술이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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