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한국 휴대폰 수입제한조치
생산기지 있는 두 나라가 공조 압력
지난해 남중국해 영토분쟁 문제로 격하게 대립했던 중국과 베트남. 베트남에선 반중(反中)시위가 격화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도 끊임 없는 전쟁으로 그리 관계가 좋지 못했던 앙숙 중국과 베트남 정부가 이례적으로 뭉쳤다. 그것도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한국 업체를 돕기 위해서다.
26일 외교부, 전자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중국 베트남 정부는 터키 정부의 한국 휴대폰 긴급수입제한조치에 맞선 공조 작전을 펼치고 있다. 터키 경제부가 지난해 12월 한국산 휴대폰 수입과 관련해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하면서부터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상품 수입 급증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다.
터키 정부는 한국의 휴대폰 수출을 견제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터키 휴대폰 수출액은 1년에 약 25억~30억 달러(약 2조6,000억~3조1,000억원)에 달한다. 터키 휴대폰 시장 점유율로도 삼성이 1위(50% 이상), LG가 7위(7%)권이다.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은 터키정부 조사 초기부터 대책을 협의했고, 지난 1월 한ㆍ터키 경제공동위에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정부는 터키 측 조치가 대상품목, 수입증가 폭, 터키 산업피해 등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상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휴대폰 수출 과정에서 처음으로 세이프가드 조사를 받는 삼성전자도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터키 측의 태도 변화가 없자 외교부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중국과 베트남을 한 배로 끌어들였다. 두 나라에는 삼성전자의 터키 수출용 휴대폰 생산기지가 위치해 있다. 따라서 직접적인 경제 이해관계가 있다. 외교부는 샤오미 등 휴대폰 수출산업을 지원 중인 중국에도 “수입장벽 제거 작업에 공조하자”고 설득했다. 이를 위해 외교부 간부가 지난달 초 양국을 방문했고, 중국 상무부는 이달 초 서울에서 한국 측에 먼저 추가 협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외교적 노력 결과 중국은 지난달 중순 세이프가드 문제를 지적하는 정부 입장서를 내놓았고, 베트남도 지난달 말 터키와 별도 양자협의를 갖고 압력을 행사했다. 외교부는 여기에 유럽연합(EU)까지 끌어들여 공조 세력을 늘렸다.
WTO 세이프가드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 문제를 직접 다룰 예정이다. 정부는 중국 EU 미국 등과 함께 터키와 협의회도 개최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조사 결과는 이르면 9월쯤 발표될 예정이나, 관련 업계 및 3국과 긴밀한 공조대응 체제를 유지해 이 조치가 발동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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