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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배만 불린 대학에 '등록금 환불' 첫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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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배만 불린 대학에 '등록금 환불' 첫 판결

입력
2015.04.2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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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환경 평균 이하인 수원대

부정한 회계운용으로 적립금 3200억

재학생들 등록금 환불 소송 제기

법원 "1인당 30만~90만원 지급하라"

유사 사례 땐 등록금 인하 근거 가능

등록금을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에 쓰지 않고 적립금으로 쌓아 둔 대학교에게 등록금 일부를 학생들에게 돌려주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부정한 회계 운용 등으로 등록금을 ‘곳간’에만 넣어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잇따라 소송을 내고, 등록금 인하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 송경근)는 채모씨 등 수원대 학생 50명이 학교법인 고운학원과 이인수 총장 등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청구 소송에서 “(학생 1명당 학년 등에 따라) 30만~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원대 측은 적립금과 이월금의 부당한 운용으로 사립학교법을 위반해 학생들이 등록금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실습ㆍ실험 교육을 받게 했다”며 “금전으로나마 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반환) 금액을 많이 책정하기는 어렵지만 대학의 잘못된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등록금 일부를 위자료로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원대의 전임교원 확보율과 등록금 환원율이 대학평가 기준을 충족한 2013년 이후 입학한 학생 6명의 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채씨 등은 2013년 “전국 사립대 중 네 번째로 많은 적립금과 이월금을 두고 있으면서도 교육환경이 열악해 피해를 봤다”며 1명당 100만~400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영기 변호사는 “막대한 재단 적립금에도 열악한 교육을 제공한 대학에 위자료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라며 “용도 불명의 적립금을 빼면 ‘반값등록금’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타 대학도 판결 의미를 되새겨 등록금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교육부 감사결과, 수원대는 무려 3,244억원의 적립금(2013년 2월 기준)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2011~2012년 전임교원 확보율은 46.2%와 54.4%에 그쳤고, 2010~2011년 교육비 전환율(등록금을 교육비로 쓰는 비율)도 74.2%와 72.8%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수원대는 한국대학평가원의 대학기관인증평가기준(전임교원 확보율 61%, 교육비 전환율 100%)을 크게 밑돌아 교육부의 평가순위에서 하위 15%에 꼽혔고,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잠정 지정되기도 했다. 등록금 대비 실습ㆍ실험비와 학생지원비도 각각 0.88%와 0.25%로 수도권의 대학 평균(2.13%, 2.79%)의 41.2%, 8.9%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교육부 감사결과를 토대로 “(수원대는) 부적절한 회계집행으로 교비회계를 잠식함으로써 학생들의 실험ㆍ실습과 시설, 설비에 쓰일 예산이 다른 데 쓰였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대는 2010~2012년 회계 예산계획을 짜면서 매년 착공할 수 없는 건물 신축공사비를 3년간 집어넣어 907억원의 예산 이월금을 부풀린 사실도 들통났다. 쓰지 않은 이월금은 보통 적립금으로 전환된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등록금 적립은 해당 회계연도별 건물의 감가상각비만큼 신ㆍ증축 또는 개ㆍ보수 목적에 한해 가능하고,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회계는 이월금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 총장은 대학에 보관 중인 미술품 717점을 개인 소유로 관리하다가 교육부가 문제 삼았는데도 277점을 자신의 소유로 변경했으며, 이사장과 함께 해외출장비 수천만원을 부당하게 초과 지급받기도 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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