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택 후보 얼굴도 잘 몰라… 文대표, 이제 와서 저런다고 되나"
"투표 안 할 것" 무관심층 많아, 천 후보 승리 섣불리 장담 못해
“이제 와서 저러고 다녀봤자여. 쯧쯧…”
4ㆍ29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6일 오후 3시 30분쯤 광주 서구 풍암저수지. 수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운동 삼아 걷던 60대 후반의 한 주민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광주 서을 지역구에 출마한 같은 당 소속 조영택 후보 일행을 이끌고 지원 유세를 하는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그는 “평소엔 모른 척 하더니 선거 때만 되면 내려와서 표를 구걸하는 모습이 참 꼴사납다”며 “조영택이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유세랍시고 와서 시끄럽게만 한다”고 비꼬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을의 민심은 꼬일 대로 꼬여 있었다. 선거가 막판인데도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을 향한 불신과 냉소는 여전했다. 거리에서 만난 행인들 사이에선 “이번만큼은 새정치연합에 대해 ‘미워도 다시 한번’ 식의 투표 행태는 없을 것”이라는 새된 목소리까지 나왔다.
오모(47ㆍ금호동)씨는 “성난 민심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문 대표와 당 지도부, 심지어 구시대 정치인들까지도 유세 현장에 동원하는 구태를 지켜보면서 허탈감이 컸다”며 “도대체 새정치연합이나 문 대표가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 같은 민심이반과 조 후보의 낮은 인지도는 무소속 천정배 후보의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천 후보가 선거 초반부터 줄곧 조 후보를 지지율 에서 10%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앞서왔다.
그렇다면 천 후보를 보는 거리 민심은 어떤 것일까. “그 놈(철새 정치인)이 그 놈인데, 새정치연합 정신 좀 차리라고 천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그 저변엔 호남정치의 지형 변화를 통한 야권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자영업자 김모(57ㆍ화정4동)씨는 “야권 심판론을 내세운 천 후보가 승리를 하면 문 대표나 새정치연합은 텃밭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호남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이 가시화해 호남정치가 부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천 후보에 대한 지지 분위기가 선거 결과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력에 승부가 판가름 나고, 여론조사 과정에서 실제 지지자들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천 후보를 지지하지만 투표는 하지 않겠다”는 무관심층이 의외로 많다는 점도 천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다.
서을 지역구의 대표적 아파트 밀집지역인 풍암동에 사는 이모(46)씨는 “심정적으로 천 후보를 미는 주민들 사이에서도 ‘투표해 봤자 그게 그거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오미덕 참여자치21 대표는 “새정치연합 후보는 싫지만 대안이 마땅찮아 기권하려는 유권자가 상당한 것 같다”며“투표율이 낮으면 조직표가 많은 조 후보가 유리하고,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 심판론’을 내세운 천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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