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도시가스 등 6개 기관 협약
두달 새 위기가정 29가구 찾아 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등 복지 혜택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월 15만원짜리 임대 빌라에서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미혼모 A(41)씨. 당뇨합병증으로 거동 조차 불편한 A씨는 직장 생활은 고사하고 바깥 출입마저 버거울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어 병원비 부담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A씨 모자는 매월 30만원 정도의 후원금으로 근근이 생활해왔으나 지난해 12월 이후 이마저도 끊어지면서 5개월 넘게 도시가스와 월세를 체납했다. 그럼에도 A씨 모자는 연락을 끊고 산 지 오래인 부모가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 될 수 없었다.
A씨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진 건 LP가스 판매원을 통해서였다. LP가스 판매원의 신고를 받아 서초구가 나섰고, 구의 노력으로 A씨 모자는 지난 17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다. 앞으로 A씨 모자는 매달 생계주거비와 의료급여를 지원받게 되며 전기ㆍ가스ㆍ수도요금을 할인 받게 된다. 또 임대아파트 신청도 가능하게 됐다.
서초구가 전기ㆍ가스 검침원, 가스 배달원 등과 손잡고 A씨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 찾기에 나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26일 서초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1월 20일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코원에너지서비스, 전기사용량을 검침하는 한전산업개발, LP가스를 판매하는 서초구가스판매협회 등 6개 기관과 업무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2월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모씨와 두 딸이 생활고로 고생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 지대에 놓인 가정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전기ㆍ가스 검침원 등은 사정이 어려워 보이는 가정이 있으면 즉시 구에 신고하도록 했다.
현장 위주의 업무를 담당하는 전기ㆍ가스 검침원들을 동원한 서초구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정 찾기 노력은 두 달여 만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협약기관 소속 117명의 직원이 서초구 구석구석 숨은 어려운 이웃을 찾는 데 노력한 결과 A씨 모자를 포함해 모두 29가구가 신고됐다.
신고된 29 가구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신청 3가구, 기초연금 신청 2가구 등 총 8가구가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4 가구는 다른 기관 등을 통해 이미 지원을 받고 있거나 자격이 되지 않아 구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 됐다. 나머지 7 가구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전기ㆍ가스 검침원 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 찾기가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집집마다 내 가족이 산다는 생각으로 더욱 깊고 꼼꼼한 현미경복지를 펼쳐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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