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한 짝 부식 심해 형태 훼손
미술품 복원전문가 김겸 박사 팔걷어
1987년 전두환 정권 규탄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연세대생 고 이한열씨의 운동화(사진)가 28년 만에 복원된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근ㆍ현대 미술품 복원 전문가 김겸(47) 박사가 시위 당시 이씨가 신었던 운동화를 복원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김 박사가 복원 중인 운동화는 당시 삼화고무가 생산한 ‘타이거’ 흰색 운동화 한 짝이다. 다른 한 짝은 이씨가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분실됐다. 이씨 가족은 운동화를 보관해 오다 2004년 건립된 이한열기념관에 기증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폴리우레탄 재질인 밑창의 부식이 진행돼 심하게 손상됐다. 김 박사는 “운동화를 처음 봤을 때 심하게 눌려 뒤축이 다 부스러지고 밑창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기념관 측은 복제품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으나 김 박사는 ‘원래 운동화의 보존’을 고수했다. 그는 우선 부스러진 운동화 밑창 조각을 경화제를 사용해 형태를 보존하고 밑창 무늬를 찾았다. 제작사인 삼화고무가 부도로 사라진 상태라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가장 큰 패턴은 찾아 냈다. 합성피혁 재질인 신발 가죽도 특수 도료를 칠해 코팅할 예정이다. 홍익대 미대 87학번인 김 박사는 “(작업 도중) 대부분의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에 나섰던 당시 상황이 많이 떠오른다”며 “운동화를 환자에 비유하면 고비는 넘긴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영미 이한열기념관 학예실장은 “2013년 이한열 열사의 청바지와 티셔츠를 복원하면서 신발 복원 전문가도 수소문하다 김 박사에게 의뢰하게 됐다”며 “폴리우레탄 같은 고분자 재료의 보존ㆍ복원 작업은 희귀 케이스”라고 말했다.
사업회는 복원된 운동화를 6월9일 ‘기억과 보존전-운동화 프로젝트’ 전시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로 김겸 박사의 강연과 이씨의 동기인 연세대 86학번들이 준비한 새 이한열 추모비 제막식과 문화제 등이 열린다.
87년 6월9일 연세대 2학년이던 이씨는 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6ㆍ10 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인 결의대회’에 참석해 시위를 하던 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쓰러졌고, 이 사건은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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