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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의료입국(醫療立國)

입력
2015.04.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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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수출입국(輸出立國)’의 사명을 띠고 탄생한 것이 구로공단이다. 국내 최초의 공업단지로 조성된 구로공단은 1980년대 초까지 가발, 봉제, 섬유, 전기에 이르기까지 경공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었다. 가동초기 2,460명에 불과했던 공단 근로자수가 정점이던 1978년 말 11만4,000명으로 10여 년 만에 43배로 증가했을 정도다. 이후 굴뚝산업의 쇠퇴로 활기를 잃어가다 최근 IT산업단지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명성을 되찾고 있다. 명칭도 서울디지털단지로 바꿨다.

▦ 1980년대에는 ‘기술입국(技術立國)’이 대세였다. 기술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정부가 기술드라이브를 걸었다. 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기술력 확보가 목표였다. 고급 과학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대학 등을 설립했다. 전자ㆍ전기공학과 등을 중심으로 이공계대학과 대학원을 대폭 늘리고 이공계 인력에게 학비나 군 면제 등의 혜택을 폭 넓게 제공했다. 그 노력이 우리가 전자ㆍ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의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 되게 한 밑거름이었다.

▦ 2000년대에는 정부 의지와는 무관하게 의학분야가 앞서갔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여파로 자격증이 중시됐고, 모든 대학의 의ㆍ치학과, 한의학과 합격선이 명문 공과대학을 앞섰다. 때문에 고급 산업인력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차세대 성장동력이 의료분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우수한 의사들이 연간 3,000여명씩 배출되기 때문에 ‘의료입국(醫療立國)’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 의료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 됐고, 의료한류 열풍도 감지되고 있다.

▦ 얼마 전 삼성그룹의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 2공장을 인천 송도에 완공했다. 기존 1공장과 합치면 이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다. 지금은 바이오시밀러(복제)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체 신약도 개발한다. 삼성은 반도체, 모바일 신화에 이어 바이오 분야에서 세 번째 신화를 꿈꾸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바이오 분야가 충분히 미래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먼저 의료입국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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