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 가구 20% 선정 안전진단 진행
2017년 착공… 최대 12평 확장 기대
24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 주차장 곳곳에선 대형 시추기가 안전선을 친 채 벌건 흙을 파내고 있었다. 전국 최초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 중인 이곳에서 지질조사를 벌이는 모습이다. 아파트 건물 내에선 한국시설안전공단 관계자들은 가구를 직접 방문해 벽체와 천장 슬라브의 안전도를 측정하고 있었다. 구조물 안전진단을 위한 표본조사 작업이다.
이들이 4층에서 벽체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가동한 슈미트해머의 둔탁한 소리가 1층에서도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 이들은 가구를 치우고 벽체 하부와 중간에 A4용지 반절 크기로 벽지를 도려낸 뒤 드릴을 뚫어 강도, 철근 배근, 균열, 노후화 등을 점검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검사가 끝나자 이들은 가구와 벽지를 원상태로 돌려놓고 청소를 한 뒤 나왔고 조합측은 표본검사를 허락한 해당 가구에 감사의 뜻으로 소정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성남시에 따르면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전체 12개동 1,156세대 가운데 조사에 동의한 75세대에 대해 표본조사를 마쳤다. 전체 조사대상은 187세대로 6월까지 1차 안전진단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면서 1차 안전진단 규정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어 조사 대상 가구를 선정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민이 거주하는 상태서 실시하는 1차 안전진단 대상이 4세대 당 1세대, 최소로 따진다 해도 20% 안팎에 달해 신청가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 조사할 때는 점검시간이 2시간 30분에 달해 주위의 민원도 많았다.
주민 이모(45)씨는 “낯선 사람들이 몰려와 가구를 옮기고 벽체에 구멍을 내는 등 장시간 조사하는 걸 환영할 리 없다”면서 “여기는 세입자 비율이 60%가 넘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 불편을 감수하면서 조사에 동의하는 거주자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권순형 성남시 리모델링지원팀장도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1차 조사 기준이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면서 “1차를 완화하더라도 강화된 2차 조사가 있기 때문에 안전과 실효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합은 전화나 문자를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상품권을 지급하는 고육책도 내놨다. 주민들도 예상보다는 점차 호응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아파트 구자선 조합장은 “1기 신도시는 이미 고층화돼 있어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으로 가는 게 현실적”이라면서 “공사비 산정 등 난제가 남아 있지만 리모델링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합은 이르면 내년 말 이주를 실시하고 설계, 심의를 거쳐 2017년 중순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며 가구 당 최대 12평 가량 확장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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