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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안목으로 이란 잠재력 간파, 충북 사상 최대 규모 투자유치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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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안목으로 이란 잠재력 간파, 충북 사상 최대 규모 투자유치 성사

입력
2015.04.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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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바이오밸리 경쟁력 자신, 치밀한 전략으로 이란 정부 설득

이란 전통의학ㆍ줄기세포 접목, 신약 개발 20억달러 투자 결실

중동 진출 교두보 획기적 전기, 통상 등 경제교류 확대도 기대

20억 달러 외자유치의 주역인 이동제(오른쪽)씨가 24일 사무실에서 구정서(왼쪽)투자유치부장과 MOU체결 이후의 구체적 사업 추진 일정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계약직 6급 주무관인 그는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똘똘뭉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20억 달러 외자유치의 주역인 이동제(오른쪽)씨가 24일 사무실에서 구정서(왼쪽)투자유치부장과 MOU체결 이후의 구체적 사업 추진 일정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계약직 6급 주무관인 그는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똘똘뭉쳐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성탄절 이틀 전인 작년 12월 23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날 투자자들이 오송을 직접 돌아본 뒤 이란 정부의 충북투자 프로젝트에 시동이 걸렸으니까요”

이란의 20억 달러(약 2조 1,700억원)투자유치를 성사시킨 충북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부 이동제(47)주무관은 성공의 첫 단추를 꿴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이번 외자 유치는 충북도 역사상 최대 규모. 충북경제자유구역의 하나인 오송바이오밸리 지구에서 이란 정부가 세계 시장을 겨냥한 신약개발에 나서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씨는 “결국 오송의 뛰어난 의약 인프라가 이란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이란 자본이 한국의 문을 두드린다는 정보를 이씨가 입수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 때만해도 이란의 한 병원그룹이 한국과 공동의학연구소를 만드는 게 투자 계획의 전부였다. 총 투자 규모도 500억원대 정도였다. 이미 국내 한 광역시와 투자유치 협상이 무르익고 있던 터.

하지만 정보를 입수한 순간, 이씨는 바이오산업중심지인 오송으로 이들을 끌어오면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의약분야 해외 투자유치 활동을 하면서 이란의 잠재력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과거 페르시아 시절부터 의학이 발달한 이란은 전통의학을 현대의약과 접목해 미래 전략산업으로 키우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미국과의 핵 협상으로 탄력이 붙었다. 국제적 안목이 남다른 이씨는 이런 상황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한 병원그룹이 추진했던 사업이 이란 정부의 국가 프로젝트로 발전했고, 투자 규모도 수십배로 확대된 것이다.

대반전이 일어난 과정은 이렇다.

먼저 이씨는 투자에 나선 이란의 병원그룹 관계자들을 상대로 오송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이메일을 통해 오송의 입지여건ㆍ미래가치 등 관련 자료를 빠짐없이 보내면서 거의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 현지방문을 요청했다. 이란 관계자와 친분이 두터운 국내 학계 인사들을 찾아 도움도 청했다.

끈질지게 공을 들인 결과 2개월여 뒤인 12월 23일 드디어 병원그룹 관계자 2명이 오송을 찾았다. 이들은 광명역에서 KTX로 40분만에 닿는 오송의 접근성에 놀라더니, 오송의 의료 인프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더 크게 놀랐다.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의료 6대 국책기관과 60여개의 초일류 바이오기업이 입주한 제약클러스터, 의약기기 단지가 한 곳에 자리해있고 인력양성,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점이 이란 투자자를 한 눈에 사로잡은거죠”

뛰어난 오송의 입지는 이들을 통해 이란 복지부에 그대로 전달됐다. 이후 이란 복지부는 오송 투자로 방향을 돌린 뒤 한국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사업을 확대했다. 의약기반이 탄탄한 곳에서 신약을 생산하면 대외적 신뢰도를 높이고 수출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1월 이란 복지부차관 명의의 투자의향서(LOI)가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전달됐다. 이어 때마침 핵협상 타결로 이란의 국내ㆍ외 사정이 좋아지면서 사업은 순풍에 돛단 듯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투자협상 과정에서 이란 정부는 충북에 대해 깊은 신뢰감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씨는 “충북이 적극적으로 접근하자 이란 정부는 ‘헝그리 시즌(어려운 시기)에 손을 내밀어준 고마운 친구’라고 반겼다”며 “실제 경제제재가 풀리기 전에 먼저 손길을 건넨 우리측에 감동을 받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충북에 대한 이란 정부의 호의는 이번에 작성된 투자유치양해각서(MOU)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추후 이란 정부가 한국에서 더 투자할 경우 충북을 우선 협상자로 한다는 조항을 담은 것이다.

이씨는 “이번 투자유치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주변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무엇보다 이란이라고 하면 무조건 적대적으로 보는 서구적 시각이 협상을 어렵게 했다. 많은 사람이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정보를 주고 이란 관계자를 소개해 준 고마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앞으로 이란을 중동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통상이나 무역까지 경제교류를 크게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투자유치와 관련, 이란 복지부와 충북경제자유구역청, 미국 제약업체 시그마알드리치는 27일 충북도청에서 MOU를 체결한다. 이 행사에는 이란 복지부 전ㆍ현직 차관, 테헤란 전통의대 학장, 시그마알드리치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이 협약으로 이란은 자국의 전통의약과 줄기세포를 접목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오송 바이오밸리에 10년간 20억 달러를 투입한다. 먼저 신약개발연구소를 설립한 뒤 생산시설, 임상병원, 복제약 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합작사인 시그마알드리치는 기술을 제공하고 전세계에 신약을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모든 사업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추진키로 했다.

글ㆍ사진 한덕동기자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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