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4월 25일 미군과 소련군이 독일 엘베강 중류 토르가우라는 도시에서 한 편으로 만났다. 노르망디 상륙 이후 서부전선을 밀고 온 미군과 폴란드 프러시아를 뚫고 온 동부전선의 소련군이 유럽을 관통해서 합류한 것이다. 저 날 감격한 미군 제69보병사단과 소련 제59전위사단 장병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유럽 평화의 수호를 맹세했다. 닷새 뒤 히틀러는 자살했고, 12일 뒤인 5월 7일 독일 제3제국은 괴멸한다.
‘엘베(Elbe)의 날’의 저 맹세는 하지만 미ㆍ소 냉전으로 빛이 바랬다. 이미 넉 달 전 크림반도의 얄타에서 만난 루스벨트와 스탈린(또 처칠)의 약속- 독일 분할 점령 및 폴란드 동부의 소비에트 병합-을 감안하면 그들의 맹세는 애당초 가당찮은 것이었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두 군대는 소비에트가 붕괴된 80년대 말까지 각자 평화의 이름으로 상대의 평화에 대치했다.
인류는 늘 평화를 염원하고 수호를 맹세하지만, ‘어떤’ 평화냐는 문제에는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래서 저 날의 기억이 더 간절한 것일 테다. 엘베의 날 70주년을 맞아 아마추어 배우들이 그날의 풍경을 재현하고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토르가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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