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호기 허가 심의 앞두고 원전사고 책자ㆍ'탈핵 의자' 등 배달
한밤 차량 막고 위협성 메일까지, 원안위 "그냥 넘어가자" 대책 뒷짐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원안위는 별다른 대책 마련 없이 뒷짐만 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24일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23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 운영 허가안 심의를 앞두고 일부 위원들에게 모 환경단체가 보낸 특별한 택배가 배달됐다. 택배를 받은 위원들이 포장을 뜯어보니 철제 의자(사진)와 함께 원전 사고 기록을 담은 책자가 들어 있었다. 의자에는‘탈핵사회를 염원하는 기억의 탈핵의자’라는 글과 ‘의자에 앉아 원전 사고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마디로 원전 운영을 허가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이 의자는 이은철 위원장을 포함한 총 9명의 위원 중 5명이 받았다. 이를 받은 한 위원은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본 순간 섬뜩했다“며 “일종의 위협과 협박”이라고 분노했다. 다른 위원도 “의자에 적힌 문구를 보니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며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혀를 찼다.
위원들은 그날 원안위 회의 석상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다. 위원들에게 의견에 영향을 미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원안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위원은 직무를 집행하면서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위원들은 이 택배를 의사 결정을 강요하는 행위로 보고 관련 법에 위배된다고 인식했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원안위에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위원들 요청을 묵살했다. 이 위원장은 “특정 단체의 의사 표현 방법이니 그냥 넘어가자”며 위원들을 설득했다. 오히려 원안위 측에서 법을 무시한 행위를 한 셈이다.
위원들에 대한 협박은 이 뿐만이 아니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여부 심의가 진행되던 올해 초 누군가 인터넷에 일부 위원들의 사무실 번호 및 이메일 주소 등 신상정보를 확보해 노출했다. 그 바람에 일부 위원들은 반대 결정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전화나 이메일을 여러 번 받았다.
또 늦은 밤 원안위 회의를 마치고 차를 몰고 귀가하던 모 위원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해당 위원은 “갑자기 몇몇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승용차 앞을 막아섰다”며 “사고가 날 뻔해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원안위의 무원칙한 대응이다. 내부 규정에 따라 회의 방청 중 허가없이 녹음이나 녹화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이런 행위를 하는 일부 방청인을 묵인하기도 했다. 방청인으로 참석했던 한 일반인은 “일부 방청인이 막무가내로 휴대폰 등을 사용했는데도 원안위 측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며 “마치 특정 집단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택배 배달 건에 대해 재발 방지 방안을 검토하겠다. 방청 규정 위반 역시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해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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