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생전 성 전 회장의 지시로 증거를 인멸했으나, 비밀장부의 존재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는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이처럼 말하고 자신은 증거인멸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박 전 상무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상무는 검찰의 지난 달 서울 동대문구의 경남기업 본사 1차 압수수색 및 지난 15일 2차 압수수색을 전후해 주요 자료들을 인멸ㆍ은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경남기업 관계자들은 박 전 상무의 지시로 건물 내 폐쇄회로(CC)TV 전원을 끄고 트럭 등을 이용해 자료들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상무 변호인은 “1차 압수수색 이후 성 전 회장이 ‘2차가 들어 올 것 같으니 정리할 건 정리하라’고 해서 밑에서 알아서 움직인 것”이라며 “일부 증거 인멸 정황을 부인할 수 없지만 주도적으로 앞에 나서서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은닉이나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고 하지만 박 전 상무조차 없어진 자료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상태”라고 했다.
박 전 상무는 이날 성 전 회장의 ‘비밀 로비 장부’가 실제 존재하는지, 증거인멸 과정에서 빼돌려졌는지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변호인은 “비자금 장부라는 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몇 박스가 아니라 대학노트 한 권일 텐데, (그것을) 트럭까지 동원해 빼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박 전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승규 영장전담판사는 “구속의 사유가 인정된다”며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핵심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에 이어 성 전 회장의 또 다른 측근인 이용기 비서도 긴급체포,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특별수사팀 구성 이후 ‘성완종 리스트’의혹을 입증할 핵심 증거 확보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압박 카드로 풀이 된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와 이 비서를 ‘귀인’으로 칭하며 수사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막상 이들은 입을 닫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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