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씨, 커피 한 잔 부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반값에 마실 수 있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Angel-in-us)가 올해부터 매달 첫 수요일 실시하고 있는 ‘토닥토닥 힘내세요’ 이벤트다. 원조는 프랑스 휴양지 니스에 있는 까페 ‘라 프티트 시라(La Petite Syrah)’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말하면 1.4유로, “안녕하세요”를 빼면 4.2유로, 그냥 “커피!”라면서 거만을 떨면 7유로를 내야 한다고 매장 입구에 씌어져 있다.
▦ 프랑스 까페 주인은 “일부 고객들의 막말이 종업원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있어 그 무례함에 벌금을 매기고 있다”고 했다. 이후 벌금을 물면서까지 ‘갑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우리 커피전문점은 “종업원을 평등하게 여기는 고객에겐 할인을 해준다”고 말했다. 이후 평등의식을 갖추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의 경우 ‘막말을 하는 경우’를 예외로 설정해 벌금을 매기는 반면, 우리는 ‘동등하게 인정하는 경우’를 유도하기 위해 상금을 주는 셈이다.
▦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느라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해야 하는 일을 감정노동이라 한다. 1980년대 초 미국 버클리대학 앨리 러셀 혹실드 교수가 기존의 육체ㆍ정신노동에서 분리해 ‘제3의 노동’으로 정립한 개념이다. 사업주에 의해 주문되고 강요된 ‘위선(僞善)의 감정’ 역시 육체와 정신 못지않게 상품의 중요한 일부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직무스트레스는 ‘상품의 원가’이기에 당연히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 연초 노동부는 감정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를 사업주가 예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라면상무에서 땅콩회항까지, ‘진상고객’의 행패들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달 초 고객의 성희롱으로 우울증을 앓았던 KTX 승무원이 사상 처음으로 산재 판정을 받았다. 엊그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직무스트레스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의 수와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배려를 않으면 벌금을 매기는 사회, 배려를 하면 상금을 주는 사회의 차이는 크다.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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