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죽음과 장례를 어린이의 눈으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죽음과 장례를 가까이서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죽음의 의미를 어둡지 않고 자연스럽게, 1970년대의 정겨운 풍경을 무대로 보여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어 가족들이 시골로 내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옛날 시골마을의 구멍가게, 임종을 지키는 방안의 못난이인형과 괘종시계, 요강, 구식 전화기 등 지금은 보기 힘든 물건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장례를 준비하는 장면, 상여가 나가고 산에 묘를 쓰고 마지막 절을 올리는 순간까지 부드럽고 아름다운 그림과 글이 이어진다. 지금보다 촌스럽지만 정겨운 모습들이다. 손주를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마음도 내내 느껴져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 그림책의 장면들이 어린이들에게는 낯선 풍경일 수도 있겠다. 그림의 구석구석을 짚어가며 이건 뭐고 저건 뭐냐고 물을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내가 어렸을 때는 이랬지, 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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