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게릴라서 실용주의자로 변신
무히카 前 우루과이 대통령
인권문제선 주저없이 소수자 편에
“나는 가난하지 않다. 단순하게 살 뿐이다. 사람이 사는 데는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 불리는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80)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인기스타다. 소비사회와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해 온 그의 ‘어록’ 덕분이다. 2013년 9월 24일 유엔 총회에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부의 축적이 아니라 삶을 구하는 것”이라고 연설했다.
말뿐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검소하고 평범한 삶을 실천해 왔다. 낡은 1987년형 폴크스바겐 비틀을 28년째 운전해 다니고 월급의 90%를 가난한 이들에게 기부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농장에서 농사를 지었다. 우루과이 국민들은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거리가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던 그에게 ‘페페’라는 애칭을 붙였다.
무히카의 치솟는 인기 덕분에 한국에서도 평전 2권이 잇따라 출간된다. 하지만 두 책은 모두 뛰어난 연설가나 검소한 생활인 무히카보다는 좌파 무장투쟁집단 ‘투파마로스’의 일원에서 인기 정치인으로 변신한 무히카의 인생역정을 조명한다. 책을 읽어갈수록 세계적으로 알려진 ‘성인’으로서의 무히카는 사라지고, 오랜 정치경험을 통해 실용주의적인 성향을 띠게 된 정치인의 모습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먼저 나온 책은 우루과이 작가 미겔 앙헬 캄포도니코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다. 혁명가에서 대중 정치인으로 노선을 변경한 무히카에게 흥미를 느낀 저자는 1999년 6개월간 그를 인터뷰해 그의 정치적 흔적과 개인사를 전반적으로 다룬 책을 썼다. 한국에 출간되는 것은 대통령 5년 간의 임기를 정리한 장과 퇴임 전후를 다룬 장이 추가된 2014년 증보판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루과이 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무히카가 청년이었던 1960년대 우루과이 집권당인 콜로라도당은 독재정권을 수립하고 자유주의 운동가들을 억압하기 위해 군부를 정치에 끌어들였다. 무히카는 이에 대항해 1966년에서 72년까지 좌파게릴라집단 ‘투파마로스’ 일원으로 활동하며 체포 당하고 탈옥하기를 반복했다. 투파마로스를 해체시킨 군사 정권은 그를 투옥해 1985년까지 험악한 옥살이를 시켰다.
군사 정권이 무너지며 출소한 그는 근본주의자에서 실용주의자로 변신해 제도권 정치에 도전했다. 무히카는 복수하려 들지도 않았고 다른 정치적 입장을 지닌 이들과도 적극 연대했다. “이쪽 사람이라고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며, 저쪽 사람이라고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라며 정치에 대한 맹목적인 태도를 경계했다. 무히카가 소속한 정당 ‘민중참여운동’은 사회당 등 다른 진보정당들과 연대해 2005년 사회당의 타바레 바스케스를 대통령으로 세우면서 가장 강력한 정당으로 대두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자신들의 후보인 무히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되자 무히카는 여론의 저항을 받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관철시켰다. 그의 노력으로 우루과이는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동성 결혼을 인정하게 됐고 마리화나도 합법화했다. 생활은 다수의 평민들과 가깝게 했지만 인권을 위해서는 소수자들의 입장에 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2월 28일 퇴임한 후에도 그는 여전히 차기 정부의 자문위원이자 상원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무히카를 다룬 다른 평전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부키)은 우루과이 저널리스트 마우리시오 라부페티가 쓴 책으로 5월 중순에 출판될 예정이다. 이 책 역시 무히카가 “우루과이 내에서는 실용주의적 성향으로 다양한 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정치인”임을 드러낸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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