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딸통법'이라 불리는 '정보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시행 소식이 알려지면서 SNS 등에서는 출처 불명의 루머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P2P 사이트에서 야동을 다운받으면 벌금 2,000만원을 내야 하며, 야동은 여성부가 심사해 삭제한다'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즉 "①야동을 다운 받아 보면 처벌을 받게되고, ②앞으로는 야동을 구할 수도 없을 것"이라는 게 네티즌의 우려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위의 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신설된 '제 30조의 3(불법음란정보의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등)'은 웹하드와 P2P 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입니다. 야동 다운로더가 아닌, 야동을 유통해 돈을 벌고 있는 64개 업체들을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은 4가지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핵심은 업체 스스로 '불법음란정보'의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제한하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은 업체는 적발 횟수에 따라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사업정지 또는 등록취소를 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야동을 다운 받으면 처벌 받는다'는 루머는 거짓입니다. 단, 아시다시피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아동·청소년(혹은 미성년자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음란물임을 알면서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제 ②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시행령은 여성가족부가 아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정했습니다. 물론 여가부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모니터링과 심의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맞지만, 독자적인 심의기구는 아닙니다. 사실 네티즌에게 중요한 건 여가부든 아니든, 누군가가 야동을 검열하고 통제해서 구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이 도래하느냐겠죠.
하지만 사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음란물을 유통시켜 돈을 버는 것은 불법이었습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배포·제공해 돈을 버는 행위는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이를 제외한 보통(?) 야동은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파일공유와 관련해 '업체 스스로 검색어 제한과 같은 장치를 갖춰 음란물을 걸러내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것이 전과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이면서도 정부는 음란물 판단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업체에 일임해 버린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음란물을 유통한 사업자나 헤비 업로더가 구속된 사례가 극히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에 따르면 음란물을 걸러내지 못한 업체는 문 닫을 각오까지 해야할 판입니다. 그런데 제한해야 할 검색어나 음란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알아서 정하라'는 식입니다. 김가연 오픈넷 자문 변호사는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업체들은 문을 닫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과잉 검열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먹구구식 처벌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명확한 불법 음란물 기준을 제시한 뒤 기준에 맞게 조치를 취하면 면책해 주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②는 상황에 따라 사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딸통법'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처벌을 받느냐 마느냐, 야동을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일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모호한 '불법 음란물' 기준 때문에 범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합법적인 성인물이고 무엇이 불법 음란물인지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업체가 알아서 차단하라'는 으름장보다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정부는 '딸통법'이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오해라고 치부할 일이 아니라, 단통법과 담뱃값 인상처럼 서민 옥죄기로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정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청소년 보호라는 잣대를 어른들의 콘텐츠에 그대로 적용하면 성인들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박은진 인턴기자(경희대 경영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