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2만원에 통화ㆍ문자 무제한, 해외서도 저렴하게 통화 가능
이통사업 진출 '모바일 지배력' 강화, 美시장 안착 후 해외 진출 예상
애플 아이폰과 더불어 안드로이드폰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구글이 이번에는 이동통신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기존 이동통신업체의 통신망을 빌려 매달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월 2만원에 선보였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22일(현지시간) 월 20달러(2만1,600원)만 내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서비스 ‘프로젝트 파이’를 미국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글은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와 티모바일USA의 통신망을 도매요금으로 싸게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통신망업체(MVNO)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의 알뜰폰과 같은 형태다. 음성통화는 스프린트와 티모바일의 기지국 가운데 신호가 더 잘 잡히는 쪽으로 자동 연결된다.
승부수는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데이터 요금이다. 데이터는 1기가바이트(GB)당 10달러(1만800원)인데, 미처 소진하지 못하고 남으면 차액을 돌려준다. 만약 30달러를 내고 1.4GB만 사용하면 나머지 1.6GB에 해당하는 16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 데이터 역시 3세대(G)와 LTE, 와이파이를 구분하지 않고 현재 위치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망을 찾아 자동 연결된다.
여기에 구글은 120개국 해외 데이터 로밍까지 국내 음성통화와 같은 요금으로 제공해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해외에서도 저렴하게 음성통화를 할 수 있어 여행이나 출장시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
구글은 이 서비스를 자체 스마트폰 ‘넥서스6’에서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프로젝트 파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입 신청을 하면 구글에서 매주 일부를 선정해 개통해 준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구글의 이동통신서비스를 경계하고 있다. 구글이 내놓은 스마트폰 운용체계(OS)인 안드로이드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마트폰도 외주 제작하는 만큼 통신서비스까지 갖추면 사실상 모든 모바일 서비스를 구글이 주무르는 셈이다. 그만큼 다른 IT업체들은 구글의 모바일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글은 프로젝트 파이를 미국 시장에 안착시킨 뒤 해외에도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직접 통신업체를 세우지 않고 알뜰폰 방식을 취한 것도 해외 공략을 염두에 뒀다는 업계 분석이다. 이동통신사업은 국가마다 공공재인 주파수 배분 등을 까다롭게 규제해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분야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나라마다 이미 깔려있는 통신망을 빌리는 방식으로 보다 쉽게 진출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막대한 자금력까지 갖고 있어 MVNO의 한계인 마케팅 경쟁력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재 국내 알뜰폰 시장은 가입자 500만명을 눈 앞에 둘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알뜰폰 업체가 30여개에 이를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고 외국인 지분제한도 없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의 입지가 확고해 구글이 진출해도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최근 “구글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내 진출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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