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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학원 다녀도 성적 제자리… 암기식 학습법이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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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학원 다녀도 성적 제자리… 암기식 학습법이 주범!

입력
2015.04.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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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공부하는 절대 시간량 늘리고

맞힌 문제도 반복해서 푸는 연습을

스스로 생각하는 태도·끈기가 중요

#도연이는 늘 2등이다. 수학이 문제다. 수학 점수를 올리면 1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연이는 평소 하던 야간자율학습을 그만 두고 1등 혜영이가 다니는 수학 학원에 등록했다. 학교와 달리 수학 강사의 설명은 군더더기가 없고 진도도 빨랐다. 곧 수학 점수가 오를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달 후 치른 기말고사에서 수학 점수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나머지 과목 점수는 모두 떨어졌다. 수학 학원에 다니면서 다른 과목을 소홀히 한 것이 문제였다.

혜영이가 계속 1등을 하는 게 학원 덕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전적으로 학원 덕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수백명이 모두 1등을 하는 것도 아니다. 도연이의 경우 야간 자율학습을 하며 자신만의 최고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수학 상담 팀장이자 도서 ‘학교만으로 충분한 수학’의 저자 양영기 교사는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면 성적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학원의 암기식 교육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영기 교사의 도움으로 사교육 부담 없이 아이의 수학 실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절대학습시간 확보와 자기주도학습

학교 교육과정은 아이들이 수학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짜여있다. 양영기 교사는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뒤처질 지 모른다는 생각은 학원의 ‘불안 마케팅’ 때문”이라며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소화하고 계획을 잘 세우면 사교육 없이도 수학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선 충분한 학습시간을 들이고 체계적인 자기주도학습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공부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혼자 공부하는 ‘절대 학습시간’의 확보다. 학생들이 가정에서 혼자 공부를 하다 보면 ‘이 정도면 열심히 했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학원에 다니는 학생만큼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이다. 학원의 수업시간과 동일한 시간에 공부하고, 학원 수업시간에 맞춰 알람이 울릴 때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상위권을 기준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은 1시간(예습 20분, 복습 20분, 문제풀이 40분) 이상, 중학생은 2시간(예습 30분, 복습 30분, 문제풀이 60분) 이상 매일 수학에 투자해야 한다. 방학 때는 더 많은 시간을 수학에 쏟아야 한다. 양영기 교사는 “학원이 아니라 집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다만 학습 초기에는 많은 학습량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천천히 수학에 재미를 느끼도록 조금씩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들의 비법 ‘마스터 문제집’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 만점을 받은 서울대 합격생 10명의 공통점은 ‘마스터 문제집’을 한 권씩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마스터문제집은 여러 번 반복해서 푸는 문제집이다. 서울대 합격생들은 적어도 세 번, 많게는 열 번까지 반복하며 문제의 개념과 풀이 방법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했다.

개념 정리가 잘 된 문제집을 마스터 문제집으로 정하자. 모든 개념을 이해하고, 틀린 문제는 반복해 푼다. 한 서울대 합격생은 “심지어 맞힌 문제도 반복해 풀다 보면 어느 순간 풀이 과정이 머리 속에 그려지고 문제만 봐도 답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응용 문제집을 한 권 정해 활용한다. 응용 문제는 많이 푸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하는 데 사용한다. 한 문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풀며 개념을 숙지하고 응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문제집을 풀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우선 문제집 1~5쪽을 풀고 채점을 한다. 틀린 문제를 다시 푼 뒤 6~10쪽을 푼다. 그리고 1~5쪽에서 틀린 문제를 다시 푼다. 이 때 채점은 다른 사람이 해 주는 게 좋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문제는 숙제로 남겨두고 11~15쪽을 풀 때 다시 풀어본다. 그러면 틀린 문제를 오랜 시간을 두고 3~4번 반복해 학습할 수 있다.

최고의 지름길은 되돌아 가는 것

많은 학생들은 현재 배우는 과정이 어렵다고 느낀다. 이는 앞선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은 ‘단계형’ 교과다. 이전 단계에서 배운 개념과 원리를 모르면 다음 단계를 배울 수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우는 최소공배수를 이해해야 중학교 1학년 때 소인수 분해를 이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이전 단계의 내용을 다시 학습하는 것이 좋다.

수학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오답 노트’보다 ‘정답 노트’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답은 맞았지만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풀이 과정을 잘 설명할 수 없는 문제를 노트에 적는다. 학생 입장에서는 이미 맞힌 문제를 다시 보며 자신감을 얻고, 수학 개념도 정확히 숙지할 수 있다.

또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독서 교육을 통해 긍정적인 성격을 길러주고, 다양한 놀이 경험을 제공해 체력을 키워 주는 것이 좋다. 공부에 대한 긍정적 정서와 자신감, 체력 등 ‘공부의 그릇’이 잘 형성된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영기 교사는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태도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필요하다”며 “부모도 맹목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하고 욕심을 내기 보다 아이의 성격과 특성을 잘 파악해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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