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프라임오케스트라단장 D씨, 주부 등 대상 회비·공천현금 착복
다단계대부업체 회비 등 가로채고 '셀프 부고' 문자메시지 보내기도
유력 야당 정치인과 '친분' 과시, 명문대 졸업생 사칭… 동문회 반발
명문대 출신에다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과시해 온 사기꾼에게 구미가 속았다. 구미지역 자생적 오케스트라인 프라임오케스트라 단장인 D(55)씨가 지역 주부 등을 대상으로 회비ㆍ공천헌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을 끌어 모은 뒤 잠적,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 동안 비공개 수사를 해 온 경찰은 진척이 없자 검거를 위한 50일 특별작전에 돌입했다.
경북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D씨는 오케스트라단 회원가입 등을 미끼로 구미지역 부유층 주부들에게 접근, 다단계 방식으로 거액의 회비 등을 받아 지난해 9월쯤 잠적했다. 그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인 휴대전화 번호로 오케스트라 회원과 지역주민 3,000여 명에게 “D단장 교통사고로 별세”라는 부고문자메시지까지 보내는 등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사기 횡령 등 범죄백화점
D씨의 혐의는 공갈 협박 사기 보조금횡령 등 범죄백화점이나 다름 없다. 2008년부터 프라임(윈드)오케스트라 단장을 맡아 주부들에게 후원회비 등의 명목으로 거액을 끌어들였으나 단 한 차례도 회계상황을 공개하지 않아 회원들로부터 고소당했다.
2013년에는 구미시로부터 색소폰 공연을 구실로 2,500만원의 보조금을 타낸 뒤 가족과 아르바이트생 명의로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같은 해 오케스트라단 명의를 딴 자본금 100만원규모의 다단계 대부업체를 설립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전국 회원(인원 미상)들로부터 가입비와 회비를 받고도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야당 중진 정치인과 친분이 있다고 과시하며 여성단원 A(48)씨에게 기초의원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지난해 2월 현금 1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가 고소당했다. 또 오토바이 경주 선수인 아들이 지난해 5월 다치자 자전거를 타다 다친 것으로 허위신고를 한 뒤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가 드러나 해당 보험사가 부당지급금의 환수절차에 나섰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D씨는 명문대 출신 유력인사로 떠벌린 것과 달리 사기 폭력 직업안정법 등 전과만 13범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체 특정부위 찍어 입막음
D씨가 공공연하게 회비횡령 보조금착복 등의 비리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 대부분이 주부들로, 신체특정부위를 찍어 입막음 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D씨가 잠적하기 전 휴대폰을 압수, 800여명의 여성 신체 사진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회원들이 회비 횡령 의혹 등을 제기하면 “남편에게 알려 가정을 파탄시키겠다”는 등의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폰 사진 등으로 미뤄 피해자는 수십~수백명까지, 그 금액도 수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 피해자들이 쉬쉬 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규모는 D씨가 잡혀야 밝혀질 전망이다.
경찰, 50일 특별검거작전 돌입
경찰은 D씨의 비리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으나 피해자들의 진술거부로 애를 먹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피해자들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구속하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잠적, 기소중지 처분했다”며 “일부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도 D씨 혐의를 입증하는 데 문제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D씨의 죄질이 극히 나쁜 것으로 보고 이달 초부터 50일 특별검거작전에 나섰다.
D씨는 프라임오케스트라가 태동한 2007년쯤부터 고문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다가 2008년쯤부터 단장으로 활동해 왔다. 평소 주변 인물과 페이스북 등에 고려대를 졸업했다고 밝혔으나 고대 동문회의 거센 항의를 받고 수정했다.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