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성ㆍ막말 '압구정 백야'에 방통심의위, 프로그램 중지 예고
방송 3사 "함께 작업 안 할 것 "… "10번째 작품이 끝" 은퇴설도
‘막장의 대가’로 불리며 방영된 TV드라마마다 논란을 일으켰던 방송작가 임성한(55)의 드라마를 지상파 방송에서는 이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 중지’라는 중징계 처분을 내릴 예정이고, MBC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임 작가의 드라마를 더 이상 방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임 작가의 방송가 퇴출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임 작가의 은퇴설까지 나와 이래저래 임 작가의 방송가 활동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에서 상임위원 5명 중 4명은 2월 방송된 ‘압구정 백야’ 5회 분량에 대해 막말 사용과 폭력성을 문제 삼아 최고 수위 법정 제재인 해당 프로그램 중지 처분 의견을 내놨다.
방통심의위는 내달 열릴 전체회의에서 방송소위의 의견에 대해 최종 의결을 할 예정이다. 전체회의가 방송소위의 의견을 존중하는 관례를 고려했을 때 ‘압구정 백야’에 해당 프로그램 중지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회적 물의와 함께 논란을 야기했던 막장 드라마에 행정적인 철퇴가 가해지게 되는 셈이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중 해당 프로그램 중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아직 없다. 해당 프로그램 중지 처분을 받으면 ‘압구정 백야’의 2월 방송 5회분은 문제장면의 삭제 없이는 케이블방송 등에서 재방송될 수 없고 판매도 금지된다.
지상파 3사에서 임 작가의 설 자리도 사라질 전망이다.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이날 방송소위 의견진술에서 “MBC는 임 작가의 드라마를 다시 편성하는 일이 없음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장 본부장은 2년 전 MBC ‘오로라 공주’ 심의 때 출석해 “(MBC는)임 작가와는 더는 작업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압구정 백야’를 방영하고 있다. 장 본부장이 식언한 전례가 있어 MBC가 임 작가의 새로운 드라마를 방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SBS는 2011년 임 작가의 주말극 ‘신기생뎐’을 방영했다가 극중 인물이 귀신에 빙의되거나 눈에서 레이저를 내뿜는 등의 엽기적인 장면들이 잇따라 논란이 되자 “앞으로 임 작가의 드라마뿐만 아니라 막장 드라마는 방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KBS도 “막장 내용으로 회당 원고료가 수천 만원에 이르는 작가와는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방통심의위의와 지상파 3사의 움직임과 별개로 임 작가의 은퇴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MBC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임 작가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10번째 작품인 ‘압구정 백야’를 마지막으로 집필의 뜻이 없음을 표명했다”며 “회사 내부에선 임 작가가 은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작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명성당엔터테인먼트도 이날 “임 작가가 5월 중순 종영하는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드라마 대본을 더 이상 쓰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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